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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침략당하면 상호 지원" 김정은 "동맹관계"… 위험한 브로맨스의 동상이몽[북러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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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북한을 향해 "침략당하면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술 더 떠 "러시아와 동맹관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상호 지원'이 동맹에 따른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이라는 점을 강변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고서도 체제를 보장할 수단을 확보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러시아의 립서비스"라고 평가절하했다. 아직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전략적 모호성'에 따라 운신의 폭을 넓히려 애매하게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과거 침략 경험이 있는 북러가 제 발 저린 것"이라는 혹평도 나왔다. 반면 어떻게든 동맹으로 격상시키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는 조급함이 담겼다는 평가다.
두 정상은 이날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4시간가량 확대·단독회담을 가졌다. 이어 포괄적 전략동반자협정에 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침략당했을 경우 상호 지원'을 강조하며 "북한과의 군사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협정은 방어적·평화적 성격"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선제적인 군사행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와 북한은 정치적 동기를 지닌 제재에 반대한다"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유엔 안보리에서 주도한 '무기한 대북 제재'는 뜯어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개월 전 러시아에서 김 위원장과 회담 당시 북러 군사기술 협력에 대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틀 안에서도 가능하다"고 밝힌 것과 달라진 태도다. 미국과 서구의 압박에 끌려다니지 않고 북한과 결속하겠다는 고집을 드러낸 셈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중대한 사변"이라고 새 협정의 의미를 부각시키며 "우리 두 나라는 동맹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북러관계가 한미동맹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평가는 다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동맹'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와 달리 러시아는 벨라루스·카자흐스탄·아르메니아 등 6개국과 동맹수준의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중국과는 동맹 아랫단계인 '신시대 전면적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2019년)다. 따라서 북한과의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도 중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보인다.
반면 김 위원장의 발언은 어떻게든 동맹관계를 재촉하는 뉘앙스가 짙다. 그는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함에 있어 사소한 해석상 차이도, 흔들림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에 대해 '약속을 지켜달라'고 보채는 셈이다.
정부는 향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북러 간 합의가 실제 가동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고위 관계자는 "침략을 받을 때 돕겠다는 건 허무한 얘기일 뿐"이라며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북러 합의와도 차이가 있다. 1961년 북한과 옛소련이 맺은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1조에는 '무력 침공을 받을 경우 즉각적으로 군사적 혹은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적시돼 있다. 이른바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상호 지원'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푸틴은 '배제할 수 없다', '협정 범위 내에서'라며 수동적이고 조건적인 협력을 언급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고 풀이했다. 이어 "러시아는 한국과 서방이 경고한 '레드라인' 직전에 멈추면서, 북한에는 기대를 심어주는 전략적 이중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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