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팀장 위엔 또 김실장? 경복궁 낙서 사주범 "몸통 따로 있다" 발뺌

입력
2024.06.19 17:07
수정
2024.06.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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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주범 30대 남성 구속기소
'불법 사이트' 몸값 띄우려 범행

지난해 12월 16일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가 새겨져 있다. X(옛 트위터) 캡처

지난해 12월 16일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가 새겨져 있다. X(옛 트위터) 캡처

지난해 연말 "거금을 주겠다"며 미성년자들을 꾀어 서울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 테러'를 하도록 사주한 3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온라인에서 '이 팀장'으로 활동한 강씨는 수사 과정에서 "'김 실장'의 지시에 따랐다"고 끝까지 변명했지만, 검찰은 그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조영희)는 19일 주범 강모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공용물건손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강씨 지시를 받고 낙서한 임모(17)군과 범행 현장에 동행한 김모(16)양, 강씨의 사이트 운영을 도운 조모(19)씨도 이날 각각 불구속 기소됐다.

강씨는 임군을 시켜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국립고궁박물관, 서울경찰청 담장 등 3곳에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를 남긴 혐의를 받는다. 강씨는 텔레그램에서 '이 팀장'이라는 이름을 쓰며 "500만 원을 주겠다"며 임군 등 미성년자들을 모집한 뒤, "'영화공짜 윌OO티비.com feat 누누'라는 30m 크기의 문구를 쓰라"는 등 구체적으로 범행을 지시했다.

강씨는 조씨를 통해 임군에게 착수금 10만 원을 보내거나 차량에 탄 채 임군을 감시하며 범행 사진을 전송받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의 방문자를 늘려 광고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까지 5개월간 그의 수익은 최소 1억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강씨에게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2개와 음란물 공유 사이트 2개를 운영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포함한 영상물을 퍼트린 혐의(저작권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 성폭력처벌법 및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도 적용했다. 강씨는 또 낙서 사건 5개월 만인 지난달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서울경찰청 흡연장에서 담배를 피우다 청사 울타리를 뛰어넘어 도주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게 됐다.

강씨는 검찰에 넘겨진 뒤에도 "주범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배후로 '김 실장'이라는 인물을 지목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 관련자 조사와 증거 분석을 통해 '김 실장'은 실체가 없다고 판단, 강씨가 이번 사건의 주범이라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국가유산청이 강씨 등을 상대로 1억3,000만 원 상당의 경복궁 담장 복구 비용을 받아낼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강씨 일당이 벌어들인 불법 광고 수익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계획이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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