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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승리를 보장하는 잠수함 역할의 '3대 원칙'

입력
2024.06.19 19:00
25면

편집자주

은밀하지만 K-방산의 핵심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잠수함.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해외가 주목하는 K-잠수함의 뛰어난 성능과 완벽한 해양안보를 위한 민관의 분투와 노력을 소개한다.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잠수함은 현대전의 핵심 무기로 자리 잡았다. 잠수함 특유의 은밀성 때문에 유사시 적의 해상 병참라인을 봉쇄하고 때로는 적 후방 깊은 곳까지 들어가 핵심목표를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 군도 1990년대부터 단계적으로 자체 전력을 육성하고 있는데, 미래 전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잠수함 전력 유지를 위해서는 '백화점식 능력' 요구보다는 시대 상황에 맞는 소요 제기가 중요하다. 사진은 우리나라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된 해군의 첫 번째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KSS-Ⅲ)의 항해 모습. 해군 제공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잠수함은 현대전의 핵심 무기로 자리 잡았다. 잠수함 특유의 은밀성 때문에 유사시 적의 해상 병참라인을 봉쇄하고 때로는 적 후방 깊은 곳까지 들어가 핵심목표를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 군도 1990년대부터 단계적으로 자체 전력을 육성하고 있는데, 미래 전장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는 잠수함 전력 유지를 위해서는 '백화점식 능력' 요구보다는 시대 상황에 맞는 소요 제기가 중요하다. 사진은 우리나라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된 해군의 첫 번째 3,000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KSS-Ⅲ)의 항해 모습. 해군 제공


잠수함, 현대전의 핵심 전력
타격, 은밀정찰 등 다양 역할
상황에 맞는 소요 제기 필요

잠수함은 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변천에 따라 그 제원뿐만 아니라, 작전 방식과 역할도 많이 변화했다. 잠수함이 전사(戰史)에서 공격의 수단으로 최초 등장한 것은 1776년 미국의 발명가 데이비드 부시넬이 개발한 '터틀' 호이다. 미수에 그쳤지만 정박한 함정 바닥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폭탄 설치를 시도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유보트는 다수 잠수함의 협동작전이라는 개념을 통해 성과를 높였다. 어뢰를 통한 상선의 격침, 병참선의 파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전쟁에 기여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잠수함에 기대되는 역할은 바로, 영화 '크림슨 타이드'에서처럼 가장 은밀한 곳에서 지상의 목표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라크전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수백 발의 토마호크 잠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며, 전쟁 승리에 기여했다.

잠수함 역할 중에서 가장 대표적이고, 전통적인 것은 해상 교통로(Sea Line) 파괴다. 해상 교통로에 대한 잠수함 공격은 물질적 타격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큰 피해를 끼쳤다. 잠수함에 대한 두려움은 다수 대잠 전력의 소모로 이어졌다. 한 척의 잠수함을 막기 위해 다수의 대잠 전력이 투입돼야 하는 것이다. 전쟁은 한정된 자원 내에서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게임이므로 해상 교통로에 대한 잠수함 공격은 승패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다.

그래픽=신동준기자

그래픽=신동준기자

잠수함의 또 다른 역할은 감시 및 정찰이다. 전쟁이 아닌 평시에는 타국 군함이 영해 가까이 와서 다수 정보를 획득해 가는 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전쟁 상황에서는 승리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겠지만 평시에는 상대국 영해 근처에서 군사적 활동을 한다는 것은 위법에 가까운 행동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군함이 남중국해에서 경쟁적으로 항해하는 것만 보더라도, 군함이 자국의 영토 근처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단순한 땅따먹기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 '잠수함'은 이런 문제가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은밀한 곳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정보를 취득하고 있다. 인공위성 발달로 휴대폰을 통해 세계 어디라도 원하는 곳을 볼 수 있다고는 하지만, 잠수함이 획득할 수 있는 정보의 넓은 범주를 생각하면 감시 및 정찰 역할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잠수함에 중요한 역할은 '타격 능력'이다. 어쩌면 지금의 잠수함에는 은밀한 작전보다 화끈한 타격 능력을 더욱 기대하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가능하게 된 것은 잠수함 자체의 발전만큼이나, 잠수함 무장도 급속하게 발전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뢰에서 미사일로, TNT 탄두에서 핵탄두로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수중 전력이 무인화로 발전되며, 잠수함도 UUV(수중무인체계)로 대체되는 것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수의 막강한 무장을 싣고서, 상대의 코앞까지 가서 은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능력까지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같이 잠수함에 의한 지상의 타격은 물리적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전쟁에 영향을 미친다. 상대가 'SLBM' 능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잠수함의 역할은 미사일의 발전과 연계돼 미래에도 변화와 발전을 거듭할 것이다.

잠수함은 축구 선수로 치면, 매우 훌륭한 공격수다. 우리 골대 앞을 지키기보다는 적의 골대 앞에서 골을 넣든, 수비수를 힘들게 하든 경기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적절한 잠수함 전력 유지를 위해서는 그에 맞는 소요 제기와 획득 과정이 필요하다. 공격수에게 모든 포지션을 소화하길 바라는 식의 일반적 능력 요구는 오히려 그 특유의 캐릭터를 흐리게 할 수 있다. 백화점식 능력 요구보다는, 목적과 특성이 고려된 요구가 나와야만 잠수함이 공격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

김대규 HD현중 특수선사업부 책임매니저·해사 6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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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규HD현중 책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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