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이혼 재판부 "노태우가 SK 가문 재산형성에 기여"

입력
2024.06.18 17:03
수정
2024.06.1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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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수정에 대해 이례적인 설명
"단순오류만 고쳐... 결론 안 달라져"
최태원 "판결 영향 없나 의문" 반박

최태원(왼쪽 사진)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나란히 출석할 당시 사진. 연합뉴스

최태원(왼쪽 사진)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4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나란히 출석할 당시 사진.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혼 소송 항소심 '판결문 수정(경정)'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관련, 담당 재판부가 경정한 부분은 '사소한 오류'에 불과할 뿐 재산분할 비율 등 결론은 변함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판사는 판결로만 말한다'는 법언(法諺)과 달리 재판부가 '사후 설명자료'까지 내면서 추가 입장을 밝히자, 최 회장 측이 재차 반박문을 통해 재판부 결론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법원과 신경전을 이어갔다.

"송구하다"면서도 재판 결론 안 바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밝힌 뒤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는 18일 '17일자 판결경정 결정에 관하여'란 제목의 A4 4쪽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사후에 경정해 번거롭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정 부분은) 중간단계의 사실관계에 관해 발생한 계산 오류 등을 수정한 것"이라며 "최종적인 재산분할 기준시점인 올해 4월 이 사건 SK주식 가격인 16만 원이나 원·피고의 구체적 재산분할 비율 등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오류'가 최 회장이 20년 이상 '자수성가형 사업가'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는 전제를 흔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재판부는 전날 판결 경정 결정을 내리고 최종현 선대회장이 사망하기 직전인 1998년 5월 대한텔레콤(SK C&C 전신)의 주식당 가치 부분을 '100원'에서 '1,000원'으로 고쳤다. 수치의 변경으로 1998년부터 2009년(SK C&C 상장·주당 3만5,650원)까지 주식 가치 상승분 역시 355배가 아닌 35.6배로 수정됐다. 실제 판결문에 기재된 '100원'에 대한 각주에는 '1998년 대한텔레콤 1주당 가액을 5만 원÷20(2007년 3월 액면분할)÷2.5(2009년 4월 액면분할)'라는 수식이 적혀 있고, 이를 계산하면 1,000원이 나온다. 재판부 입장에선 단순 오기인 셈이라, 계산 오류만 바로잡은 것이다.

최 회장 측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 부분 계산 오류를 지적하며 재산분할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함'이라고 주장했다. 재산분할의 전제인 대한텔레콤 주가를 잘못 계산한 것이라, 결론도 다시 내야 한다는 취지다.

"최태원 160배·최종현 125배로 봐야"

노태우(왼쪽)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태우(왼쪽)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재판부는 대한텔레콤 주가가 100원에서 1,000원으로 수정돼도 결론과는 무관하다고 봤다. 대한텔레콤 주식은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주당 8원 ⓑ최 선대회장 사망 무렵인 1998년 5월 주당 1,000원 ⓒ2009년 11월 SK C&C 상장 무렵 주당 3만5,650원이었는데, 이는 SK주식으로 변모해 ⓓ항소심 변론종결 시점인 올 4월 16일 주당 16만 원이 됐다.

최태원 회장의 SK 기여도에 대한 엇갈린 해석. 그래픽=신동준 기자

최태원 회장의 SK 기여도에 대한 엇갈린 해석. 그래픽=신동준 기자

재판부는 SK 주장대로 최 선대회장과 최 회장 사이 기여도를 비교하려면 ⓐ와 ⓑ(최 선대회장 경영활동에 따른 주식 가치 상승), ⓑ와 ⓓ(최 회장 경영활동에 따른 주식 가치 상승) 사이를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치 상승분을 보면, ⓐ와 ⓑ 사이는 125배, ⓑ와 ⓓ 사이는 약 160배에 이른다. 이 판단은 "최종현 회장보다 최태원 회장의 경영활동에 따른 기여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와 ⓓ가 아닌 ⓑ와 ⓒ 사이 가치 상승분(35.6배)을 계산했다. 이를 125배(최 선대회장 경영활동에 따른 주식 가치 상승)와 비교해 최 회장이 '승계상속형 사업가'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2009년 11월의 주식 가치는 중간 단계의 가치일 뿐이며, 3만5,650원(혹은 35.6배의 가치 상승)은 최종적 비교 대상 내지 기준 가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종현-노태우 사돈 관계 방패막이로"

노소영(가운데)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노소영(가운데)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는 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SK그룹의 성장에 기여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재판부는 "최 선대회장은 노 전 대통령과의 사돈 관계를 SK그룹을 경영하는 데에 있어 일종의 보호막 내지 방패막이로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즉, 최 회장은 혼인 당시 별다른 재산이 없었으며, 그가 취득한 SK주식 등이 대부분 혼인생활 중 형성하거나 취득한 재산이라는 것이다. 재산 증가 뒤엔 처가인 노 전 대통령의 도움이 있었다는 판단의 큰 전제가 달라지지 않음을 강조한 셈이다.

한편, 최 회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판결문을 2024년까지 비교 기간을 늘리도록 추가 경정을 할 것인지 해명이 필요하다"면서 "재판부는 실질적 혼인 관계는 2019년 파탄 났다고 설명했는데 올해(항소심 변론종결)까지 연장해 기여도를 재산정한 이유도 궁금하다"고 반박했다.



이근아 기자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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