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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정치만 있고 관찰자 정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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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내가 매일 출퇴근하는 서울시 성동구는 맛집과 카페로 즐비하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이 되면 멋지게 차려입은 이들이 모여들고 가게 앞에서 웨이팅을 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트렌디하고 분위기 좋은 가게들이 주로 들어서다 보니 함께 느는 게 노키즈존이다. 성동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사랑 맛집 키슐랭'(이하 키슐랭) 인증 제도를 만들었다.
키슐랭은 6세 이하 아동과 가족의 방문을 환영하는 식당 및 카페다. 키슐랭은 음식 맛과 분위기를 보장하는 미슐랭 가이드처럼 양질의 식당과 카페에서 존중받으며 식사할 수 있다는 인상을 남기는 언어라는 점에서 노키즈존을 공격하는 방식보다 친절하게 느껴진다. 키슐랭 덕인지 성동구는 최근 서울서베이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포용적인 자치구로 꼽혔다고 한다.
정치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공동체에서 소외되기 쉬운 이들을 관찰해 정치에 '당신의 자리가 있다'고 느껴지게 만드는 게 정치인데 심판론이 집어삼킨 중앙 정치에서는 어느새 이런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더 세심한 정책 언어를 고민하는 모습도, 취약계층을 발굴하는 모습도 보기가 어렵다.
최근 충남 아산에는 개인들의 외로움을 지자체가 관리해야 한다는 목표로 '외로움 방지 패키지 조례'를 발의한 의원이 있다. 고독사와 은둔형 외톨이, 경계성 지능인에 대한 지원을 명시한 조례들을 묶어서 제안한 거다. 개별 조례는 다른 지역에도 있지만 '외로움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책임이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발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느낀다.
외로움은 혼자일 때 느끼는 쓸쓸하거나 적막한 감정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외로움이 쌓여 분노가 되면 사회적 약자에게 배타적이고 극단주의 정치가 들어서기 쉽다고 경고한다. 영국은 실제로 2018년부터 '외로움 장관'을 임명해 연결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조례를 통해 누군가는 내가 겪는 외로움이 켜켜이 쌓인 사회 문제의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지 않을까.
경기도에는 기회 소득이 있다. 사회 가치를 창출하고 있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정 소득을 보장해 준다. 눈에 띄는 건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돌보는 마을 주민도 기회 소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돌봄은 개인의 몫이고 나를 희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나라에서 돌봄이 사회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정치는 시민의 역할을 대신해 무대에 오른 대역 같은 역할을 한다. 내 현실을 해석할 수 있는 언어를 주고 '공동체의 구성원인 나'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위 정책들의 공통점은 참여하는 시민을 살피며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이다. 정책의 효용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키슐랭'이나 '기회 소득'이라는 언어에는 참여자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관점들이 담겨 있다.
미디어 파급력이나 강성 팬덤의 반응이 가장 중요해진 지금의 중앙 정치는 어떤가. 누가 나의 대역을 맡은 건지 공감 가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찾기부터 너무나 어렵다. 목소리를 듣고 관찰해야 할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려고만 하니까 문제다. 윤석열과 이재명이 주인공이 된 정치라는 무대에 시민들의 목소리를 가진 배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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