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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자동군사 개입 논의... 갈림길 선 한러 관계

입력
2024.06.18 00:10
27면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보스토치니=AFP 연합뉴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보스토치니=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북한을 24년만에 국빈방문하는 가운데 양국의 군사 협력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지가 관심사다. 일각에선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을 포함한 새 조약이 체결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를 염두에 둔 듯 “북러 간 논의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는 분명한 입장과 경고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도 “러시아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마라’고 소통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한러 관계의 파국은 물론 러시아의 국익도 크게 훼손할, 잘못된 선택은 피해야 할 것이다.

북한과 옛 소련은 1961년 7월 김일성 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담긴 ‘조소우호조약’에 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냉전 시대의 유물로, 실행된 적은 없다. 이후 90년 한국이 옛 소련과 수교하며 96년 조약은 폐기됐다. 북러가 이를 부활시킨다면 역사를 거슬러 오르는 것이다. 더구나 북한과 중국의 군사자동개입 조항도 사실상 사문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1년 전보다 20기나 많은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북한과 5,500기도 넘는 핵탄두를 갖고 있는 러시아가 사실상 군사동맹을 맺는 건 한국과 동북아를 넘어 세계 평화까지 위협한다. '악마의 거래'란 지탄을 피할 수 없다.

74년 전 김일성의 오판을 부추긴 옛 소련은 한국전쟁의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러시아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은 한국에 대단히 고맙다”고 언급했다. 앞으로는 감사하다면서 뒤로는 북한에 위성 군사 기술 등을 지원하는 건 이율배반이고, 사실상 한국을 적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처사다. 우리 외교안보팀도 최악을 상정한 대비책을 함께 점검하길 바란다. 북방외교 이후 30여 년간 발전해 온 한러 관계가 중대 분기점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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