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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 입시비리 교수 무더기 적발에도... 대학은 "결과 지켜보자"며 미적

입력
2024.06.18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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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비리 혐의 교수 중 직위해제 전무
"학교 이미지 우려해 소극적인 대응"
교육부 뒤늦게 '선제 징계' 규칙 개정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 치러지는 음대 실기시험 장면.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 치러지는 음대 실기시험 장면. 이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계없음. 한국일보 자료사진

최근 음대교수들이 불법 과외와 입시비리 혐의로 무더기 경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이들의 소속 대학들은 해당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나 직무정지 등의 인사 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등교육 전반과 해당 대학 신뢰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사건임에도, 대학 측이 지나치게 소극적 자세로만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사 조치 미온적인 대학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신이 가르쳤던 수험생들을 평가함으로써 입시비리 혐의(업무방해)를 받는 5명의 교수 중 현재까지 직위해제 등 인사 조치를 받은 교수는 한 명도 없었다. 교수 5명이 소속된 학교 관계자들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검찰 수사까지 보고 조치하겠다"거나 "아직 논의된 것은 없다" 등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일부 대학은 '꼬리 자르기'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대 성악과 A교수는 성악과에 입학한 학생 2명의 학부모로부터 '비공식 제자 선발 오디션' 요청과 함께 현금 100만 원을 받고,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입시 브로커 B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송치됐다. 이 학생들은 이번 음대 입시비리 사태로 송치된 교수들 중 유일하게 구속된 C교수에게 서울대 입시 당일까지 집중 불법과외를 받았다. 그러나 서울대 측은 A교수가 불법과외(학원법 위반)와 입시비리(업무방해) 혐의로 송치된 건 아니기에, 이 사건에서 '입시비리와 서울대를 엮지 말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빈축을 샀다.

이렇게 대학들이 교수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미적대는 사이, 그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이 봐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의 기소나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대학 강의나 입시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치된 일부 교수들은 최근까지도 대학 강의, 공연 등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음대 입시비리 의혹에 연루된 한 지방대 음대 재학생은 "강의가 중단돼 학업에 큰 지장이 생기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조건하에서 신속하게 해당 교수를 징계해야 한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입시비리 징계 규정 신설"

법조계에서는 징계 처분까지는 몰라도, 징계 가능성이 있는 자에 대한 잠정적 조치인 직위해제(일시적으로 직위를 부여하지 않는 것)는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법률사무소 제이의 박주희 변호사는 "입시비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있는 건데 직위해제조차 하지 않는 건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며 "학교 차원에선 대외 신뢰도 하락을 우려해 형사처벌 전까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학 정관 등에 따르면 임용권자는 '금품비위 등의 비위행위로 인하여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인 사람으로서 비위의 정도가 중대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려운 교원'에 대해 직위해제를 할 수 있다.

대학들이 미적거리는 상황에서 교육부는 처분 규정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교원이 입시비리와 연루되고, 그 정도가 심하거나 고의가 있는 경우 즉시 '파면'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규칙 개정안을 다음 달 초 공포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엔 입시비리 관련 처벌 조항이 따로 없어 ‘그 밖에 성실의무 위반’ 등으로 경징계됐지만, 앞으론 중징계가 가능하도록 관련 조항을 별도로 만들었다"며 "징계 기준 자체를 높이면 대학에서 입시비리 혐의 교수들을 직위해제하는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운 기자
전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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