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얻다 대고 ‘애완견’인가

입력
2024.06.17 16:30
수정
2024.06.21 15:32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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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호도해 언론에 못된 프레임 씌워
대북송금 연루 혐의 피하려는 여론전
이재명 선동·궤변 더 철저히 검증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에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공판에 출석하며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이 극히 선동적이고 궤변스러운 건 널리 알려진 바다. 하지만 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까지 한 이번 극언은 궤도를 이탈한 그의 행태가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될 지경에 이르렀음을 차갑게 일깨운다. 나라 꼴을 생각해서라도 이젠 그 말의 옳고 그름을 엄정히 짚어야 할 때가 됐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기자들에게 “동일한 사건에 대해 동일한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전혀 다른 판단을 해서 상반된 결론이 났다”며 ”왜 이런 점에 대해 우리 언론들은 한 번도 지적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했다. 그가 말한 ‘동일 사건’은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이고, ‘다른 판단’이란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1심 판결과 최근 자신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1심 판결의 사건 판단이 전혀 달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안 회장 재판부가 지난해 5월 “대북 송금은 쌍방울그룹 주가 부양을 위한 대북사업의 대가라고 판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 전 부지사 재판부는 “(대북 송금이) 이재명과 경기도를 위한 송금”이라고 배치된 판결을 했으니 문제라는 얘기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중형 판결이 자신에 대한 추가 기소로 이어진 만큼 다급해진 사정은 이해된다. 하지만 ‘들쭉날쭉 판결’ 주장은 기만에 가깝다.

SBS 등의 확인에 따르면 안 회장 판결의 주가 관련 대목은 재판부가 검찰 공소내용을 사실상 인용한 범죄사실에만 등장한다. 오히려 당시 재판부는 2018년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이 북측 인사에게 경기도의 스마트팜 비용 50억 원을 “대신 내주겠다”고 말한 게 인정된다고 적시해 경기도 관련성을 짚었다. 이 대표는 당시 재판부가 주가 관련 범죄사실을 인정한 것을 마치 경기도와 자신의 대북송금 관련성을 적극적으로 배제했다는 듯 주장하고, 나아가 재판부가 대북 송금의 경기도 관련성을 인정한 대목은 쏙 뺀 채 사실을 교묘히 호도한 셈이다.

국민은 대북 송금 사건의 세세한 부분까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니 이 대표는 아우성을 침으로써 여론을 크게 흔들어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언론까지 그의 입맛대로 휘둘릴 순 없는 것이다. 이 대표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벗어난 잘못된 태도 때문에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진실은 바닷속에 가라앉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기자로서 정작 언론의 태도를 반성하게 되는 건 되레 국민을 오도하는 정치인의 교언과 선동에 좀 더 치열하게 시비하지 못했을 때다. 지난 12일 유튜브로 유포된 이 대표 발언이 그렇다.

이 대표는 자료를 책상에 내치며 분노로 말을 잇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자영업자 연체율이 급증하고 폐업자 수가 곧 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격앙됐다. 그리곤 정부가 아프리카에 14조 원 펑펑 쓰고, 확실하지도 않은 유전에 1조 원씩 퍼부으면서 죽을 지경인 자영업자 지원할 돈은 없다는 거냐며 통탄스러워했다.

이재명다운 ‘사이다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는 늘 그렇듯 이번에도 매년 창업 자영업자가 100만 명 이상이고, 폐업자 수치는 통상 창업자의 70~80%라는 사실을 전제하지 않았다. 2018년에도 폐업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 자영업 사정이 매우 어렵지만 폐업자 수만 갖고 큰일 났다며 대뜸 대출 연장이니 뭐니 말이 쉬운 얘기를 입에 올릴 일은 아니었다. 또 아프리카 지원금과 자영업자 지원 예산을 묶은 얘기도 어불성설에 가까운 말의 트릭에 불과하다.

그걸 언론은 또 비판 없이 지나쳤다. 그렇게 어물쩍하다 보니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궤변과 선동이 판을 치게 됐다. 언론이 ‘애완견’ 소리 듣지 않으려면 이 대표 주장부터 더욱 가차 없는 사실 확인과 비판의 메스를 들이대야 할 것이다.

편집자주) 칼럼 중 SBS 보도 인용 부분은 '재판부가 검찰 측 범죄사실을 판결문에 인용한 것 역시 관련 사실을 인정하는 재판부의 판단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을 합당하게 수정했음을 밝힙니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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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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