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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재생에너지 최소 30% 필수"… 나머지 70% 발전원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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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소멸과 기후변화 등으로 구조적 위기가 닥쳐오고 있지만 5년 단임 정부는 갈수록 단기 성과에 치중해 장기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정권교체마다 전 정부를 부정하는 정치적 갈등으로 정책적 혼선도 가중됩니다. 한국일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이런 문제를 진단하면서 구조 개혁을 이루기 위한 초당적 장기 전략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한국 발전원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가. 지난 10여 년간 들끓었던 에너지 정쟁은 결국 이 질문으로 귀결된다. 미래 전력을 원자력, 재생에너지, 수소 등 어떤 발전원에서 어떤 비율로 조달할지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좌 재생에너지 우 원자력발전' 지지로 분열된 정치 지형 탓에 일관된 정책 추진이 어려웠다.
한국일보는 최근 국내 전력·원자력 전문가들에게 미래 에너지 구성에 대한 의견을 '숫자'로 물어봤다. 30년 뒤 전체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와 원전 비중이 몇 퍼센티지(%)여야 하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따져보자는 취지였다. 데이터를 두고 논의를 함으로써 정쟁의 말씨름을 벗어나 합의점을 찾아보자는 기대도 있었다.
2022년 기준 국내 발전원 비중은 화석연료가 61.0%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원전(29.6%),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8.0%) 순이다. 그렇다면 2050년 발전원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결코 단정적으로 대답할 수 없는 문제"라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2050년 기준) 재생에너지가 최소 30%는 차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일치했다. 원전 비중을 얼마나 늘리든, 현재 10%를 밑도는 재생에너지 비중은 반드시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나머지 70%'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원전 비중이 20%를 넘기기 어렵다는 답변과 50%는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교차했다.
인터뷰에는 기후 싱크탱크 넥스트의 송용현 부대표, 엄지용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교수(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장), 이종호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책임연구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 발전원 구성 변화에 따른 사회적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원전·재생에너지에 '기술 중립적 자세'를 표방하는 점도 공통적이다.
'재생에너지 30%'라는 최저선은 원전업계에 가까운 이종호 연구원도 동의했다.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을 지냈던 이 연구원은 "2050년 원전 비중이 30~50%는 돼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비중 역시 최소 30%"라고 답했다. 또 송용현 부대표는 넥스트 보고서에서 61%를 제시했고, 엄지용 교수 연구에서는 43~89%가 필요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필요성을 주장한 배경에는 "원전 비중이 과반일 경우 전력 계통 운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있다. 아직까지는 '경직성 전원'으로 평가 받는 원전의 비중이 50%를 넘어서면 전력 초과 공급 가능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력은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도 정전이 발생한다.
실제 이종호 연구원이 지난달 8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50년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각각 50%, 30%일 때 봄철 저녁에 전력 공급 과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2050년 전력 수요를 기반으로 전력 수급 상황을 예측한 결과, 1년 중 전력 수요가 가장 적은 봄철에는 전체 수요 대비 원전 비중이 90%에 달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원전이 초과 공급 위험 수위까지 건드리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핵분열을 활용하는 원전이 출력량을 제어하기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특히 위험하다. 이론적 잠재력만 따져도 원전은 출력량을 50%이하로 내리는 것이 매우 어려우며, 이마저도 현실에서는 연료봉 교체 주기 등에 따라 제약이 생긴다. 게다가 국내 원전은 상업운전 중 출력량을 80% 이하로 내린 경험이 없어서 환경단체들은 운전 방식 변화에 따른 안전성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봄철 수요가 예상 평균치보다 급격히 떨어질 경우 원전 경직성에 따른 정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연구원은 "원전 비중을 과반으로 높이고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사용해 공급 과잉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발전원을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원칙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정 정도를 재생에너지 및 수소 발전 등으로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나머지 70% 비중'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 연구원은 원전 비중이 50%가 될 때 가장 '비용 효율적'이라고 주장한 반면, 송 부대표는 20%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엄 교수는 20~30%는 넘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 연구원이 '원전 30~50%'를 주장하는 근거는 비용이다. 그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하는 태양광 발전의 '간헐성' 관점에서 비용 문제를 제기했다. 태양광 발전소가 낮에 초과생산한 전력을 저녁에 나눠 쓰기 위해서는 ESS가 필요한데, 재생 비중이 50%일 경우 설비 비용이 급증한다는 논리다.
특히 그가 분석한 '재생 50% 원전 30%' 시나리오 봄철 수급 패턴을 보면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봄철 낮 시간 태양광의 발전량이 순간 최대 300기가와트시(GWh)를 뛰어넘으면서, 동시간대 전력 수요(약 170GWh)를 130GWh나 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밤에는 태양광 발전량이 '0'에 수렴하면서 나머지 발전기의 생산량(100GWh)이 수요(140GWh)보다 40GWh나 부족할 전망이다. 1GWh는 한국 약 28만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 연구원은 "'재생 50% 원전 30%' 시나리오에서는 ESS 용량이 1,160기가와트(GW)나 필요하게 된다"며 "'재생 30% 원전 50%'에 비해 연간 발전 비용이 74조 원 비싸진다"고 말했다. 그는 한수원 자료를 바탕으로 ESS 가격을 1GW당 4,000억 원으로 산정했다.
엄 교수 역시 연구가 제한된 조건하에 진행됐다는 점을 전제로 2050년 원전 비중이 '20~30% 정도'는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경제성을 중심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부문별·발전원별 시나리오를 분석한 보고서를 2021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원전 비중을 20% 이하로 제약할 경우 전환 비용이 급격히 커진다고 결론을 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책적으로 신규 원전 건설을 제한할 경우 탄소중립 비용은 계속 치솟아 2050년 국내총생산(GDP)의 4.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90%에 달하는 반면, 원전 비중은 10% 미만으로 떨어진 것을 가정한 결과다. 반면 시장 경쟁에 따라 원전 도입을 허용할 경우 재생·원전 비중은 각각 47%, 50%로 바뀐다. 이 경우 탄소중립 비용은 2050년 GDP의 약 3.6%로 예상된다. 원전 도입 여부에 따라 비용 차이가 GDP의 0.9%포인트나 차이 나는 셈이다.
다만 엄 교수가 신규 원전이 없을 때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 비용은 2050년까지 총 100조원 정도로, 이 연구원의 추정치인 '연간 74조원'보다 훨씬 적다. 두 전문가가 계산에 사용한 발전원·ESS설비 가격 전망치가 다른 탓이다. 엄 교수는 "계산에 사용한 발전단가(LCOE)가 얼마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지, 건설 기간·기술 지연 등 비정량적 변수가 얼마나 개입하는지 등에 따라 예측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100조 원 가량이 더 든다면 과연 사회가 수용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물론 신규 원전 건설도 한계가 있다. 부지 때문이다. 이미 한국에 원전을 지을 만한 지역은 포화 상태이며, 주민들의 안전 우려 탓에 추가 부지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송 부대표는 "국내에 남은 원전 부지는 과거에 예정 구역으로 확정됐던 지역 정도뿐일 것"이라며 "신규 원전은 2~4기 정도가 한계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경우 2050년 상업운전 원전은 최대 34기로, 발전 비중이 20%를 넘지 못하리라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현재 국내에서 공식 검토되고 있는 원전 부지는 알려진 바 없다. 일각에서는 그나마 2012년 이명박 정부에서 원전 예정구역으로 지정됐던 강원 삼척(대진 원전)과 경북 영덕(천지 원전)이 거론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이 두 곳은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지정을 해제한 뒤 유치 동력이 사실상 사라졌다. 특히 삼척은 현재 해당 부지에 복합관광단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송 부대표는 "부지 확보 문제는 (신규 원전 건설 논의에서) 가장 우선시 돼야 하는 사항"이라며 "주민 수용성 외에 해당 지역의 송전 용량이 신규 원전의 발전량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강원 삼척은 2022, 2024년 신한울 1·2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송전 용량에 비해 발전소가 너무 많아 석탄발전소들이 가동을 못 하고 있다.
다만 이 연구원은 "대형 원전으로는 발전량 비중이 30% 정도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을 사용하면 50%도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바닷가 이외 지역에도 설치할 수 있는 SMR이 개발되면 신규 후보지가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SMR은 상용화된 적이 없고 실현 가능성 역시 여전히 논란이 많다.
결국 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 마음껏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탄소중립에 '2050년'이라는 데드라인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응 시간마저 부족하다. 원전 비중을 높이기 위해 부지 문제를 적극 해결하든, 비용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든, 명확한 정책 추진이 시급한 이유다.
그러나 정치는 명확한 합의를 내리지 못한 채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31일 정부가 공개한 11차 국가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이 대표적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공공·민간위원안'이지만 정부 입김이 많이 작용해 그 의중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11차 전기본 실무안에선 향후 에너지 정책 방향에 관한 명확한 설명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전기본 위원들은 2038년까지 1.4GW(1GW급 발전설비는 이용률 100% 기준 250만 가구가 매일 사용할 전력 생산) 대형 원전 3기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하면서도 "부지 확보 등을 고려하여 정부가 최적안을 도출할 것을 권고한다"고 논의를 미뤘다. 제1 우선순위인 부지 문제를 외면한 것이다. 게다가 '3기 이후'에 대한 계획 역시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실무안이 확정되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부지 선정 관련) 후속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재생에너지 보급 측면에서도 이 계획안은 턱없이 부족하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2038년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불과 147GW로 설정했다. 이는 송 부대표가 추가 원전 건설 없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 300GW(2040년)보다 153GW나 부족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의 강도를 생각하면 이 같은 대응은 한가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2021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2050년 전력 수요를 1,200테라와트시(TWh·1TWh는 1,000GWh)로 전망했다. 인공지능(AI) 발달, 산업·수송 전력화 등 영향으로 지난해(588TWh)의 2배가 넘는 전력이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전이 발전원 비중 50%를 넘으려면 매년 1.4GW급 대형 원전을 3, 4기씩 착공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60%를 확보하려면 매년 서남해 해상풍력 발전단지(2.5GW) 같은 대규모 단지를 2개씩, 태양광 발전소를 경기 수원 면적(121㎢)만큼 늘려야 한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과속을 해야 겨우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엄 교수는 "최근 여러 연구 결과들이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현재의 정부 정책만으로는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 목표를 진정성 있게 이행하려 한다면 대대적인 정책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송 부대표도 "과제의 크기를 감안하면 사실상 지금이 데드라인"이라며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해제·해상풍력특별법 제정 등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화성에서 온 재생e, 금성에서 온 원전
노인 빈곤과 웰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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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정권 한계 넘어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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