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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서 흉기에 수차례 찔려 살해된 20대 여성... 유족 "교제 살인"

입력
2024.06.14 13:00
수정
2024.06.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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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살인했다"고 알려진 사건
유족 "3주 교제한 사이 맞다" 밝혀
"가해자는 체포 직후 조현병 언급"
피해자 대학 동기들, 공론화 나서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하남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이 전 남자친구였다는 유족 증언이 나왔다. 공론화에 나선 유족은 교제 살인을 주장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피해 유족 "3주 교제한 사이... 치밀한 범행"

14일 피해 여성 A씨의 친언니라고 밝힌 작성자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제 동생이 잔인하게 살해당했습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3주가량 교제한 사이가 맞다"며 "동생 친구들을 통해 동생이 친구들과 나눴던 대화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 오후 11시 20분쯤 하남시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A씨는 B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초반에 교제 살인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이 "이들은 교제 중인 관계가 아닌 지인 사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히면서 정정 보도가 나왔다. A씨 친언니는 "사회적으로 데이트 폭력이 이슈가 되는 상황이라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염려한 가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정정한 기사인지 알 수 없지만, 진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A씨 친언니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후 5시쯤 A씨는 친구들과 "(가해자에게) 이별 통보를 했는데 마음이 좋지 않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눴다. 같은 날 오후 10~11시쯤 B씨의 연락을 받은 A씨는 거주 중인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갔고 B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A씨 친언니는 "(B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를, 폐쇄회로(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한 번이 아닌 수차례 휘둘렀다"며 "동생이 가족과 10시쯤까지 식사를 했기 때문에 아무리 길게 잡아도 둘이 만난 지 1시간 내외에 가해자가 동생을 살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 안면, 손 등이 심하게 훼손되며 다량의 출혈이 생긴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가족은 참혹한 현장을 그대로 목격했다고 한다. A씨 친언니는 "119 연락을 받고 1층으로 내려간 아버지와 오빠는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동생을 직접 봤다"며 "우리 가족의 트라우마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어 "얼마나 아팠을지, 얼마나 무서웠을지 상상도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B씨가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계획 범죄 정황을 부인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A씨 친언니는 "가해자는 시민 도움으로 현장에서 체포됐지만 형사에게 조현병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며 "치밀하게 준비한 범죄에 체포되자마자 조현병 언급이라니 어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인들 "교제 살인 연달아... 법 강화해야"

7일 경기 하남시에서 발생한 교제살인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대학 선배와 동기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론화 계정을 개설,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엑스 캡처

7일 경기 하남시에서 발생한 교제살인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의 대학 선배와 동기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론화 계정을 개설,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엑스 캡처

엑스(X·옛 트위터)에도 '하남교제살인사건 공론화' 계정이 개설됐다. A씨 대학 동기·선배들이 사건을 공론화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A씨 친언니 글을 올리며 누리꾼들에게 공유를 부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와 우리는 대학교에서 함께 법을 공부하는 사람들이었다"며 "타인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던 친구가 너무 이른 나이에 저희 곁을 떠나 비통함을 금치 못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건 이후 비슷한 판례를 찾아보니 살인임에도 불구하고 (교제 살인이란 이유로) 형량이 (최대) 20년형에 그친다는 걸 알았다"며 "소중한 친구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교제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화가 난다"고도 말했다.

끝으로 "최근 교제 폭력·살인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데, 이 친구가 이러한 사건의 마지막 피해자이기를 바란다"며 "더는 친구와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강력한 법률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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