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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버티다 빚 더 쌓였다...은행대출 연체율 5년 내 최고치

입력
2024.06.14 11:12
수정
2024.06.14 11: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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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은행 대출 연체율 0.48%
중소기업·신용대출 중심으로 '껑충'

서울 시내 폐업한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폐업한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중견기업과 소상공인 차주가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8%로, 한 달 전(0.43%)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0.37%)과 비교하면 0.11%포인트 올랐다. 3월 은행 연체율은 분기 말 연체채권 정리 등에 힘입어 2월(0.51%) 대비 0.08%포인트 하락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4월 말 기준으로는 코로나19 대유행 전인 2019년(0.49%)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대출 연체율이 0.4%로 전월 대비 0.03%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은 0.26%로 안정적인 반면 가계신용대출이 0.79%로 치솟았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54%로 한 달 전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1년 전보다는 0.15%포인트 올랐다. 대기업들의 연체율은 전월과 동일한 0.11%였으나 중소기업 연체율은 0.66%로 한 달 사이 0.08%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 등이 지속되면서 경기민감업종 개인사업자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규 연체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은행권이 연체 및 부실채권에 대한 적극적인 상·매각 등을 통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부채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금융당국에선 그동안 저리 대환, 상환 유예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인공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비교적 저신용자들이 주로 찾는 저축은행의 경우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8%로 지난해 말(6.55%) 대비 2.25%포인트나 급등했다. 이들 저축은행은 총 1,54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지난해 1분기(-527억 원) 대비 순손실이 3배 가까이 늘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대상 대출이 2년 사이 100조 원 늘었는데 문제는 당장 업황이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라며 "'빚내서라도 버텨라' 방식의 정책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탈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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