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가는 푸틴, 안보리 상임이사국 책임 보여야

입력
2024.06.14 00:10
27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일 내로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 NHK방송 등 최근 외신 보도에 이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어제 “며칠 내 평양 방문”이라고 확인했다. 대통령실이 외국 정상의 타국 방문을 언급하는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한반도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안임을 드러낸다. 북러 군사협력 가속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우려와 견제 의미로 보인다.

내주 초로 예상되는 푸틴의 평양 방문은 러시아 정상으로는 24년 만이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극동 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북러 협력이 공고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전후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용 북한 탄약과 포탄, 미사일을 제공받고,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정찰위성 등 첨단군사기술 지원과 함께 식량을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모두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사안들이다.

특히 푸틴의 이번 방문 기간 동안 북러 간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조약 갱신 가능성도 제기돼 우려스럽다. 김정은은 지난 12일 '러시아의 날'을 맞아 “전략적 관계로 승화된 조로(북러) 친선협조관계가 더 높은 단계의 국가 관계로 끊임없이 강화 발전하고 있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낸 바 있다. 1991년 한러 수교 이후 북한이 구소련 시절 맺었던 조약엔 자동군사개입 조항이 폐기됐고, 이후 2000년 7월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 발생 시 양국이 즉각 접촉한다는 북러 공동선언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탓으로 30여 년간의 한러 우호관계는 냉각기를 맞았고, 영사 문제 등으로 신경전도 빚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더 이상의 악화를 막기 위한 상황 관리를 해왔다. 푸틴 대통령 역시 최근 외신 기자회견에서 우리 정부의 절제력을 평가하면서 “한국과의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유엔 제재 결의를 무시한 북러 협력 가속화가 우리 안보에 악영향을 야기할 경우 우리 정부 역시 상응한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을 터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에 맞게 러시아가 국제규범 안에서 북러협력 수준을 조절해 나가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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