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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다, 지진 드물던 호남마저"... 다시 주목받는 생존가방·내진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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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혜(34)씨는 일본 도쿄에서 10년 째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일본에 사는 그에게 지진은, 한국에 사는 사람이 북한 미사일 도발 소식을 접하는 것처럼 '일상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대전에 살고 있는 홍씨의 가족들은 그렇지 않다. 이번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지진의 충격이 대전에서까지 느껴졌다는 소식에 가족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다음 달 잠시 귀국하는 홍씨는 가족을 위해 일본에서 생존가방을 구입해 가기로 했다. '지진 선진국' 일본의 제품이라면 그 효과를 신뢰할 수 있는 데다, 엔저 덕분에 싸게 살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홍씨는 "일본은 지진 대처가 완벽할 정도지만, 한국은 아직 이 분야에서 걸음마 단계인 것 같다"며 "불안해 하는 가족을 위해 (한국에 가면) 제대로 교육하고 올 터"라고 다짐했다.
부안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진 재앙'이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주일 내 큰 규모의 여진이 있을 수도 있고, 이미 경주와 포항 대규모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경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번 지진으로 다시 주목 받는 것이 바로 '생존가방'이다.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떠오르는 단골 아이템인데, 각종 비상식량이나 구급약, 보온도구, 칼, 전등 등 다양한 물품이 담긴다. 2016년과 2017년 경주·포항 지진 당시에도 생존가방을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급증했다. 포항 지진의 진원지 흥해읍에 사는 장성재(34)씨는 "창고에 비상가방을 마련해 뒀는데, 이번 지진으로 더 필요한 건 없는지 다시 살펴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 안전용품 회사 관계자도 "평소 주요 영업 상대가 기업이나 단체였는데, 지진 이후 개인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생존가방을 마련하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지자체에서 따로 안전용품을 챙겨주지는 않는 만큼, 안전모와 목장갑 등을 챙겨놨다"고 했다. 또 다른 시민도 "생존가방에 담을 목록을 정리해야 겠다"며 필요 물품을 공유하기도 했다.
내가 사는 곳에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도 관심거리다. 현행 건축법상 내진 설계 대상 건축물은 연면적 200㎡ 이상, 2층 이상의 단독·공동주택 등인데, 신축 건물에만 적용되는 만큼 오래된 건물에는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전국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617만5,659동 중 16.4%(101만4,185동)만 내진 성능이 확보 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내진설계 적용 대상 여부를 알려주는 '우리집 내진설계 간편 조회 서비스'를 활용해 봤다는 김모(39)씨는 "살고 있는 빌라는 지은 지 30년이 넘어 내진설계 대상이 아니었다"며 "서울 한복판에 지진이 일어나면 큰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진 피해 보상을 위한 보험 상품 문의도 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태풍이나 호우, 대설, 지진 등 9개 자연재난 시 피해 보상을 해주는 '풍수해지진재해보험'을 운영하고 있는데, 총 보험료의 최대 92%를 지원한다. 전북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보험 문의를 하는 전화가 꽤 늘었다"며 "별도 가입 없이도 보상해 주는 개인 상해 관련 시민안전보험도 함께 안내하며 안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을 계기로 국민들도 신속한 재해 대응을 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안 지진이 발생한 12일 아침 휴대전화 긴급문자가 발송되자, 일부 시민들은 '나는 멀리 사는데 왜 시끄럽게 이런 걸 보내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백선대(36)씨는 "지방에 지진이 났는데 왜 수도권에까지 문자를 보냈냐는 반응이 있어 당황했다"며 "북한 오물 풍선 생화학 공격 우려도 있는 만큼 재난은 항상 가까이에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도 "재난 시 국민행동요령과 대피소 위치를 숙지하고, 비상용품을 구비하는 등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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