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목표는 북쪽인가 남쪽인가... 효과 적은 '후원금 쇼' 주장도

입력
2024.06.14 04:30
8면

탈북단체 "언제든 살포 가능" 벼르는 중
"전달률 낮고, 효과도 낮다"는 반론 계속
단체 후원금 모으려는 '퍼포먼스' 의혹도

2021년 5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서울시내 사무실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2021년 5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서울시내 사무실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와 한국의 확성기 방송 재개로 경색됐던 남북관계 긴장 국면이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탈북단체들이 대북전단(삐라) 추가 살포를 예고했고, 북한은 앞으로도 대북전단을 이유로 대남 도발을 계속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접경지역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데도 탈북단체들이 전단을 보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자,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을 향한 불만도 점점 커지고 있다. '삐라' 효과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전단 살포를 강행하는 이유가 혹시 '돈' 때문인지를 의심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대북전단 효과, 있나 없나

13일 기준으로 군사분계선(MDL)과 접경지역은 조용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국군은 10~12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하지 않았다. 북한이 재차 살포한 오물풍선에 대응해 군이 대북 방송을 실시했다면 북한이 다시 도발했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한국 정부가 추가행동을 자제하면서 조용한 대치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탈북 단체들이 언제든 전단을 뿌릴 수 있다고 선언한 상황이라,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10년 이상 북쪽으로 전단을 날려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정확한 대북전단 살포 시점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응이 저급하다는 것에 이견은 없지만,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두고는 반응이 엇갈린다. 오물풍선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전단 살포 단체를 향해 "시원하다"며 응원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도 지지 이유 중 하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아무 의미가 없다면, 북한이 2020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시킬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이유가 없다"며 "북한 주민들 중 김일성 혈통의 비밀에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 전단을 계기로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상당수 전문가들은 탈북단체의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전단이 북한 고위층을 자극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실제 체제를 전복시키거나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2021년 통일연구원에서 발간한 '민간 대북전단의 목적과 효과 연구' 논문에선 "전단은 물리적으로 북한에 도달하기 어렵고, 도달하더라도 북한 사회의 통제 구조상 습득 및 보관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원색적 비난과 북한 체제에 대한 폭로가 심리적 동요를 유발하더라도 실질적 행동 변화에 나설 것이라 예상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었다. 북쪽까지 가는 전단 비율 자체가 낮고, 전달돼도 내용만으로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거나 체제를 전복시킬 동력을 제공하진 않는다는 설명이다.

후원금 목적, 적법성 논란도

11일 오전 강원도청 앞에서 강원연석회의, 춘천공동행동 등 시민단체가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강원도청 앞에서 강원연석회의, 춘천공동행동 등 시민단체가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효과가 낮다면 이들은 왜 전단을 계속 뿌리는 걸까. 일각에선 결국 '후원금 모금'을 위한 퍼포먼스 성격이 강하다는 의심을 멈추지 않는다. 과거에도 접경지 주민들의 불안감을 무시하고 전단을 살포하는 단체들의 진정성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 최근 이 단체들이 받는 후원금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의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박상학 대표의 자유북한운동연합 기부금 내역·결산서류를 보면, 2010년대 중반 단체가 벌어들인 수익 중 '후원금'만 6,000만~7,500만 원에 달했으나 지난해엔 '전체 수익'이 3,542만 원에 불과했다.

후원금 적법성 논란도 이어지는 중이다. 현행 기부금품법에서는 1, 000만 원 이상 기부금을 받으려면 모집·사용계획서를 작성해 관할관청에 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경우, 2016~2020년 1억 7,000여 만 원의 기부금을 모았음에도 모집 사실을 한 번도 등록하지 않은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그런데 2021년 이후에도 기부금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세한 기부금 출처와 사용내역 역시 알려져 있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탈북 단체에 응원을 보내는 것도 어디까지나 법 테두리 내에서 활동을 할 때 인정된다"며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보다 투명하게 활동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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