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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지막에 덮친 가장 큰 파도… 이재명 조이는 '쌍방울 제3자 뇌물죄'

입력
2024.06.13 04:30
수정
2024.06.13 07:3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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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북송금 기소 의미와 전망]
4개 재판 동시진행, 사법리스크 확대
이화영 1심 곳곳에 뇌물 뒷받침 정황
'이재명 보고' 김성태 진술 인정 관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대북송금 사건으로 기소되면서, 그는 ①대장동 및 성남FC ②선거법 ③위증교사에 더해 ④대북송금까지 총 4개 재판을 한꺼번에 받게 됐다. 특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에서 인정된 대북송금 관련 사실은 '제3자 뇌물수수죄'라는 중대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이 대표가 이번에 가장 큰 사법리스크를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서현욱)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공범으로 이 대표를 기소하면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뇌물공여자)이 북한(제3자)에 건넨 800만 달러가 이 대표(뇌물수수자)에 대한 뇌물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대북 사업을 노리던 김 전 회장에게 직무와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 대표가 북한에 내야 했던 돈 500만 달러(스마트팜 지원)와 300만 달러(경기도지사 방북)를 김 전 회장이 대신 냈다는 것이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금품을 주도록 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때 제3자는 누가 되든 상관없이 혐의가 성립한다.

이재명, 재판 받으러 수원 가야

일단 이 대표의 물리적인 부담이 더 커졌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 재판에 나오는 이 대표는 이제 주당 서너 차례 출석해야 한다. 지금까진 서울중앙지법에서 모든 재판을 받았지만, 대북송금 재판은 수원지법에서 이뤄진다는 것도 부담이다.

이제 재판을 시작하는 대북송금 사건 외엔, 현실적으로는 위증교사 사건이 첫 고비다. 가장 먼저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 이 재판은 이 대표가 2018년 별도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또 이 대표는 2022년 대선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말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고 있다. 선거법 사건이라 일반 형사사건과 달리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은 물론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유죄 인정 시 가장 중대한 혐의

이번 대북송금 기소는 가장 늦은 사법처리였지만, 유죄 인정 시 형량 측면에서는 가장 중대한 혐의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로, 유죄 판결 땐 10년 이상의 징역(법정형)이 선고된다. 성남FC 사건에서도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북송금 사건에 적용된 혐의가 더 무겁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성남FC 사건은 '시민 구단 활성화'를 위한 자치단체장의 행정행위로 볼 여지가 있는 반면, 대북송금 사건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제규범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패 기업인이 연루된 정경유착의 형태를 띄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대북송금은 경기도 대북사업용"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정한 이 전 부지사의 1심 판결로 불리한 위치에서 재판을 시작해야 한다. "대북송금은 쌍방울의 주가조작용"이라던 그동안의 항변이 무너진 셈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대북사업 추진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 부탁으로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함으로써 경기도가 (자신들의 사업을) 지원할 것으로 신뢰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사유를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도지사 방북비용에 대해서도 "이 전 부지사의 요청에 따라 도지사 방북 비용을 지급한 게 아니라면, 이미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한 상태에서 또다시 위험을 감수하고 3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북한 측에 지급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800만 달러가 대가성 및 직무관련성 있는 뇌물이었다는 검찰 입장에 힘을 싣는 지점이다.

특히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 전 회장과 두 차례(2019년 1·7월) 직접 통화했다는 김 전 회장의 진술에 대해서도 "그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 역시 이 대표가 쌍방울과 경기도 대북사업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부분이다.

검찰, 이화영→이재명 결정적 고리 찾아야

다만 검찰 입장에선 이 대표가 대북송금을 알고 최종 승인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이 전 부지사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비용을 내는 것을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했냐'고 물어봤을 때, 이 전 부지사가 '당연히 그쪽에 말씀드렸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김 전 회장의 진술에 대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1심은 실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보고했는지에 대한 판단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판결문 각주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 최종결재권자인 이 대표에게 대납사실을 보고했다'는 부분은 해당 '전문 진술'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진 때에 한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김성태 전 회장이 이 대표를 언급한 진술을 증거로 쓸 수 있는지는 이 대표 재판부가 직접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이밖에 해외투자 전문가 김모씨의 회의록, 국가정보원 문건 등의 증거 능력도 이 대표 재판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쌍방울 대북사업에 관여했던 김씨는 김 전 회장 등과 2019년 1~ 4월 수차례 회의를 한 뒤 회의록으로 남겼는데, 여기엔 '경기도와 공동으로 추진하며 경기도부지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음' '단순한 협력 관계가 아님. 경기도 부지사는 그룹의 리더로 봐도 됨' '경기도가 보증' '경기도 계속 지원 여부? → 변함없음' '스마트팜 등 내용? → 경기도에서 알아서 함'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이 회의록을 '대북송금이 경기도 대북사업용'이라는 결론의 증거 중 하나로 인정했다.

그동안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은 쌍방울의 주가조작용"이라며 근거로 내세운 국정원 문건에 대해서는 "김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건 내용과 달리 쌍방울이 계열사 주식 매각 등 차익 실현을 시도한 정황이 없다"며 "(국정원 문건은) 제보자 진술에 기초했는데, 국정원이 검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법원이 신뢰할 수 없는 진술은 인정하면서도 국정원 문건은 배척했다"며 1심 판결을 문제 삼고 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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