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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의 ‘서피비치’처럼 장수를 산악 마라토너 성지로 만드는 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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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멸위기 극복 장면, '지역 소극장.' 기발한 아이디어와 정책으로 소멸 위기를 넘고 있는 우리 지역 이야기를 4주에 한 번씩 토요일 상영합니다.
“제가 기획한 산악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완주 후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맛보고, 등수와 상관없이 서로 엄지를 들며 격려해 주는 모습을 보면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낍니다.”
지난 9일 전북 장수군 번암면에 있는 개인 작업실에서 만난 김영록 러닝크루 대표는 오는 9월 28일 열리는 ‘장수트레일레이스’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2022년과 작년, 올해 4월에 이어 벌써 네 번째 대회다. 외부 업체에 맡기지 않고 직접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지칠 법도 했지만, 그는 인터뷰 내내 밝고 에너지가 넘쳤다.
김 대표도 ‘산악 마라토너’다. 유럽 알프스산맥 170㎞를 달리는 세계 최고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울트라 트레일 몽블랑)’에 참가해 완주한 경험도 있다. 그는 “거친 산길을 달리는 동안 고통과 설렘, 뿌듯함이 교차하는 참가자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더 많은 이들에게 산악 마라톤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이 대회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토박이인 그가 아무 연고도 없는 장수에 살게 된 건 호주 워킹 홀리데이에서 만난 아내 박하영(27)씨 영향이 컸다고 한다. 박씨는 19년 전 가족과 함께 장수로 귀농했다. 김 대표는 박씨와 연애하는 동안 주말마다 장수에 왔다가 2020년 아예 이곳에 눌러앉았고, 2년 전 결혼했다. 김 대표는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부 활동을 자유롭게 못할 때여서 우울하고 답답했다”며 “서울에서 일하다가 가끔 장수에 내려와 염소를 키우는 장인 일을 돕거나 맑은 산 공기를 마시며 달리면서 지친 심신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물류센터 직원, 개인 사업 등 다양한 이력을 지닌 김 대표는 장수에서도 여러 일을 동시에 했다. 직업상담사부터 디지털 강사, 청년협의체 회장까지 ‘1인 다(多)역’을 맡았다. 이런 가운데 지역 청년을 모아 러닝크루를 결성했다.
김 대표는 요즘도 오전엔 마을회관·복지관에서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 사용법 등을 알려주는 디지털 강의를 하고, 오후엔 트레일레이스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코스 구성 등 대회 운영 전반은 내가 관리하고, 아내가 디자인을 독학해 대회 브랜드 디자인과 콘텐츠 개발을 도맡았다. 대회 로고가 박힌 기념품 제작은 지인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 명소와 자기 마을을 알리고 싶은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마라톤 코스와 보급소를 짜려고 한다. 참가자와 주민이 같이 즐기는 대회를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천혜의 자연 환경을 가진 장수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도시인의 휴식·힐링(치유) 공간으로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서퍼들의 명소가 된 강원 양양의 ‘서피비치’처럼 트레일레이스를 통해 장수를 전 세계 산악 마라토너가 북적이는 성지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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