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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건축가' 딱따구리가 위험해지니... "임차동물 보금자리도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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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인간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갈등과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갈등의 배경 및 인간과 동물 모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숲속 건축가이자 숲의 분해 촉진자, 숲의 깃대종(지역의 생태계를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동식물)이자 우산종(다른 종들까지 보호해 생물다양성을 지켜주는 종)···.
위 수식어의 주인공은 딱따구리다. "딱딱딱~." 나무를 쪼는 특징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딱따구리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우리나라 전역 도심의 공원과 근교 숲에서 살아가는 작은 새지만 숲의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기후변화를 막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역 곳곳의 개발로 딱따구리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사라지면 그 둥지를 사용하는 수많은 새들뿐 아니라 다람쥐, 하늘다람쥐 등 다른 동물이 살 곳도 없어지게 되는 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우려한다.
지난달 14일 올해 4월 창립한 딱다구리보전회 회원들 및 시민들의 모임인 봉산생태조사단 관계자 10여 명과 서울 은평구 봉산을 찾았다.(딱따구리가 표준어지만 보전회는 한국조류학회가 딱따구리의 방언인 더구리에서 유래한 '딱다구리'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점을 고려해 딱다구리로 쓴다.) 봉산에는 우리나라에서 살아가는 쇠딱따구리, 아물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까막딱따구리 등 6종 가운데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까막딱따구리를 제외한 5종이 살아가고 있다.(까막딱따구리는 경기 북부와 강원 일부 지역에 서식한다.)
등산로에 들어서자마자 회원들은 딱따구리가 한참 쪼아 댔던 갈참나무를 발견했다. 딱따구리는애벌레를 잡아먹고 둥지를 짓기 위해, 자신의 영역을 알리기 위해 나무를 쪼거나 두드린다. 홍석환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딱다구리는 둥지를 틀거나 먹이활동을 할 때 부드러운, 그중에서도 죽어가는 나무를 선호한다"며 "딱다구리가 갉아 낸 나무껍질은 비가 와도 잘 쓸려 내려가지 않는 유기비료가 되며, 쓰러진 나무는 다른 나무를 위한 거름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봉산은 딱따구리가 점점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 은평구청이 2014년부터 서울시 최초 '봉산 편백나무 치유의 숲'을 조성하면서 수많은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 편백나무를 심고 있어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2만㎡에 심은 편백나무만 1만2,400그루에 달하며, 지난해에는 4영급(수령 31~40년생) 이상의 아까시나무 238그루를 베고 그 자리에 편백나무 1,048그루를 심었다.
봉산생태조사단의 얘기는 다르다. 조사단에 따르면 아까시나무를 포함해 열 살 이상 베어진 나무만 306그루에 달한다. 조사단에서 활동하는 나영씨는 "구청은 영급 구조를 개선한다며 숲의 나이를 젊게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나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종의 나무를 일제히 베었다"며 "자연스레 자라나는 어린 나무도 지속적으로 제거하는 등 모순적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벌채는 딱따구리가 둥지를 만들 두께의 나무가 사라지고, 단조로운 식생으로 먹이를 구하기 어렵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나이든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심게 되면서 탄소흡수량이 줄어든다는 우려도 나온다. '딱따구리 아빠'로 불리는 김성호 딱다구리보전회 공동대표(전 서남대 교수)는 "딱다구리 둥지에는 소쩍새, 올빼미 등 야행성인 새들과 하늘다람쥐가 있을 수 있다"며 "나무를 베는 현장에 가면 둥지 안에 있던 새끼들이 허둥지둥 나오는 등 난리가 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은평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영급 구조 개선과 수종 갱신은 산림의 지속적 관리를 위해 적정한 조치였다"며 "탄소흡수원뿐 아니라 미세먼지 저감능력이 뛰어난 편백나무를 심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지난해 2~3월에 벌채를 시행하면서 새 둥지 여부는 조사하지 않았다"며 "향후 새 둥지 여부를 파악해 사전 보호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이 딱따구리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이 둥지를 짓는 습성과 연관이 있다. 딱따구리는 나무에 구멍을 파고 아래쪽으로 파 내려가 나무 속에 빈 공간을 만드는 방식으로 둥지를 짓는다.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를 막아주는 아늑함은 기본이고, 천적을 방어하는 데에도 최고다. 이 때문에 박새, 쇠박새, 진박새, 곤줄박이, 동고비와 같은 작은 몸집의 새들부터 파랑새, 호반새, 소쩍새와 같은 중간 덩치의 새, 큰소쩍새와 원앙과 같이 몸집이 큰 새들도 딱따구리의 둥지를 탐낸다. 다람쥐, 하늘다람쥐도 호시탐탐 노린다.
김 공동대표는 "딱다구리가 하루 종일 둥지만 지키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뺏기게 되면 새로운 둥지를 다시 만드는 경우가 많다"며 "덕분에 많은 임차동물들이 보금자리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숲에 딱따구리가 살면 숲의 생물다양성의 차원, 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얘기다.
딱다구리보전회에 따르면 봉산 이외에도 경기 고양시 산황산, 서울 중구 남산 등도 골프장과 곤돌라 사업 등이 예정되면서 이곳을 터전으로 삼던 딱따구리가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다. 홍 공동대표는 "젊고 늙은 나무가 어우러지는 숲은 종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딱따구리가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며 "하지만 국내에는 개발을 이유로, 숲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숲의 다양성을 해치면서 딱다구리를 포함한 동물들이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딱따구리에 대한 조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까막딱따구리조차 개체 수에 대한 연구가 없고 딱따구리의 수명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25년째 딱따구리를 조사해 온 김 공동대표는 조사에 기초할 때 딱따구리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공동대표는 "오래전부터 숲 가꾸기를 해온 딱다구리의 서식 여부는 숲의 건강성을 측정하는 가장 간단하면서도 분명한 잣대"라며 "이들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행위는 곧 생태계 전체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이들에 대한 연구와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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