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립(而立)을 맞은 국제범죄정보센터

입력
2024.06.12 04:30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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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와해되면서 전통적 안보 개념인 국가 간 군사력 중심의 대치 상황은 잠시나마 멈춘 듯해 보였다. 하지만 곧 테러조직과 국제범죄조직 등 비국가행위자(non-state actor)에 의한 도발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국가정보원은 초국가적으로 횡행하는 비국가행위자의 불법 활동에 대응하기 위해 1994년 '국제범죄정보센터'를 창설했다. 국제범죄란 조직범죄 집단이 2개 국가 이상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금전적 수익을 목적으로 마약, 밀수, 인신매매, 밀입국, 사이버범죄 등 불법을 자행하는 범죄를 말한다.

국제범죄정보센터는 국제범죄 조직에 관한 정보의 수집, 작성, 배포 업무를 담당한다. 국정원의 국내외 정보자산을 활용하여 첩보를 입수하고, 이를 발전시켜 구체적 정보를 확보한 후 수사기관과 공유하면서 국제범죄 조직을 차단하고 색출한다. 국제범죄 특성상 해외 정보·수사기관과 협력하면서 비밀공작을 전개하기도 한다.

2022년 넷플릭스에서 드라마 '수리남(Narco-Saints)'으로 제작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비밀공작은 국제범죄정보센터의 활약을 잘 보여준다. 지구 반대편 '수리남'이라는 국가에서 마약을 유통하던 조봉행 조직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2년간의 노력 끝에 일당을 체포하는 성과를 올렸다. 2018년에는 일본 야쿠자 '이나가와카이'와 대만 범죄조직 '죽련방'이 국내 마약조직과 거래하려던 메스암페타민 112㎏을 적발했고,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에서 생산된 마약을 국내에 유통시킨 일명 '코리안 마약왕'을 검거했다. 지난 4월에는 우리 사회를 놀라게 한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총책인 중국인을 캄보디아에서 검거하는 등, 굵직한 마약범죄 사건의 해결에 국제범죄정보센터의 숨겨진 활동이 있었다.

북한과 관련된 국제범죄도 대응하고 있다. 올해 2월, 북한 '경흥정보기술교류사'의 정보기술(IT) 공작원들이 국내 불법 도박사이트의 각종 소프트웨어를 제작하여 판매한 증거를 확보해 국제사회에 폭로했으며, 2022년에는 북한 IT 조직원 '송림'이 중국 연계 보이스피싱 조직에 해킹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 사실을 파악하고 경찰과 공조해 북한과 결탁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신기술의 개발과 사이버 공간의 확대로 국제범죄 조직의 수법은 더욱 첨단화되고 있다. 비대면 사기부터 딥페이크 영상과 음성을 이용한 피싱, 드론을 이용한 마약범죄 등 다양한 국제범죄에 대응해야 하는 국제범죄정보센터의 임무는 매우 막중하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원훈처럼, 밤낮없이 묵묵히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제범죄정보센터 요원들에게 센터 창설 30주년, 이립(而立)을 맞아 커다란 격려와 성원을 보낸다.



함중영 한양대 겸임교수·한국국가정보학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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