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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오물풍선에 전국이 몸살…한반도 그림자 전쟁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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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북한이 지난 5월 말부터 날려 보내기 시작한 오물풍선 때문에 전국이 시끄럽다. 북한은 1차 260여 개, 2차 720여 개, 3차 330여 개를 날려 보냈고, 이 오물풍선들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호남 일부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떨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오물풍선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아무 곳에나 떨어지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어떤 목표물에 맞출 수 없으니 여기에 생·화학물질을 탑재해 무기로서 사용이 불가능하고, 그러한 물질을 실어 날려 보내는 순간 전쟁을 감수해야 하니 북한이 그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는 단순하게 보면 아무 때나 날려 아무 곳에나 떨어지게끔 기획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대단히 과학적인 데이터에 기반해 이루어지고 있다. 북한은 중국 쪽에 고기압, 동해상에 저기압이 형성돼 ‘서고동저’의 기압계가 만들어졌을 때에 맞춰 풍선을 날리고 있다. 그리고 이 풍선들은 지나치게 높은 고도로 올라가 압력차에 의해 터지지 않도록 적절한 고도를 유지하며 남한 전역에 효과적으로 살포됐다. 북한은 오물풍선 살포 횟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특정 기상 조건에서 풍선이 어떤 식으로 날아가 어디에 떨어지는지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차후에는 원하는 지역에 풍선을 떨어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수도 있다.
이 오물풍선의 내용물 역시 위험하다. 북한은 우리나라와 인원·물자의 왕래가 단절돼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장기간 국경 봉쇄도 있었기 때문에 북한 내에서 어떤 인간·가축전염병이 돌고 있는지, 그 병을 유발하는 세균·바이러스가 어떤 유전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는 알 길이 없다. 따라서 북한에서 남한으로 넘어오는 유기물은 병원성 세균·바이러스가 들어 있다고 간주하고 대응해야 한다. 인간과 가축의 분뇨는 세균과 바이러스가 증식하기에 최적인 유기물이기 때문에 더욱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군은 오물풍선 수거를 위해 병력을 투입할 때, 방독면 등 방호대책은 강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도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방호복을 입은 방역 요원들이 소독 작업을 벌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군이 오물풍선에 실린 ‘미지의 유기물’에 대해 얼마나 안이한 대처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북한이 대량으로 날려 보낸 오물풍선이 아무런 제지 없이 전국 각지에 떨어지고 있는 상황 역시 군 당국의 대처가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분뇨가 잔뜩 들어있는 이 풍선들은 그 자체로 생물학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유기물이다. 풍선 살포가 거듭될수록, 북한은 원하는 목표 지점에 근접한 곳에 풍선을 떨어뜨릴 수 있는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고, 이는 유사시 풍선을 이용한 생물·화학무기 살포로 이어질 수 있다. 즉, 오물풍선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 영공으로 넘어와서는 안 된다.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MDL) 이북 20~50㎞ 구간에 전술조치선(TAC)을 설정하고 방공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 오물풍선의 비행고도는 3~5㎞ 구간이 가장 많았고, 비행속도 역시 매우 느려 군이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요격할 수 있다. 탄두가 크고 먼 거리까지 날아갈 수 있는 기관포탄은 풍선 요격에 부적절하지만, 휴전선 남방 GOP~FEBA 일대에 열상조준경을 장착한 기관총 탑재 헬기들을 띄우면, 북한 풍선들이 MDL을 넘어오기 전 대부분 요격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의 폭은 4㎞ 정도이고, 헬기 탑재 7.62㎜ 기관총탄은 GOP~FEBA 라인에서 발사될 경우, 비무장지대에서 크게 넘어가지 못하므로, 군 당국이 주장하는 북한 측 피해나 확전의 우려도 크지 않다. 무엇보다 적성 비행체가 영공으로 진입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은 국제법상 자위권에 해당한다.
북한의 오물풍선이 MDL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해 우리 국민이 입을 수 있는 피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군의 의무라면, 북한이 왜 오물풍선을 날리고 전례 없는 규모로 GPS 재밍을 하는 등의 새로운 도발에 나섰는지 의도를 파악 및 대응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표면적으로 북한이 이러한 도발을 하는 이유는 국내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이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 세계 각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북한의 이 도발이 북한의 단독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신냉전 체제하에서 러시아가 미국·유럽을 상대로, 중국이 미국·유럽·호주·한국·일본·대만 등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그림자 전쟁의 일부다.
그림자 전쟁은 상대방이 보복 조치를 취하기에는 애매한 유형의 도발을 거듭해 목표를 달성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무력으로써 나의 의지를 상대방에게 관철시키는 정치 행위라고 정의했다. 전쟁의 궁극적 목적이 적의 의지를 꺾고 나의 의지를 적에게 관철시키는 것이라면, 손자가 말한 것처럼 싸우지 않고 모략으로써 적의 의지를 꺾는 것(故上兵伐謀)이야말로 최선책이다.
지난 5월 말,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와 미국전쟁연구소(ISW)가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지금 중국은 싸우지 않고 대만을 집어삼키기 위한 4단계 공작을 진행 중이며, 내년 말에 1단계가 끝난다는 분석이 담겨 있다. 보고서에 나온 시나리오에서 중국은 무력시위·도발을 통해 대만 주민들의 공포와 피로도를 높이는 1단계, 대만 주민들의 친중·반미·반전 여론을 높이고 미국 국민들의 고립주의 여론을 확산시키는 2단계가 진행되는 동안 대만을 고립시키며 주민들의 항전 의지를 파괴한다. 3단계에서는 북한을 움직여 한반도에서 고강도 군사 도발을 벌임으로써 한·미·일 삼국이 대만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4단계에서는 대만 내 친중 정치인들을 당선시켜 중국과 사실상의 흡수통일 조약을 체결하도록 해 대만을 집어삼킨다는 것이 AEI·ISW가 워 게임을 통해 도출한 중국의 대만 정복 시나리오다.
이 시나리오에서 4단계가 완료되는 시점은 2028년이다. 공교롭게도 CIA 국장과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 등이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라고 경고했던 시기와 겹친다.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유럽 각국 총리와 장관, 고위급 군 장성들이 러시아의 유럽 침공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찍었던 시기와도 겹친다. 그리고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것처럼 지금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는 러시아군 정보총국이 사주한 방화·파괴 공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아시아와 유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이 두 전장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AEI·ISW의 보고서에도 북한이 등장하는 것처럼 북한도 이 시기에 맞춰 모종의 전략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오물풍선 도발, 광역 GPS 재밍 등의 도발이 시작된 이후, 포털 뉴스 댓글과 SNS 게시물들은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비판 목소리보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지 않는 정부를 성토하는 여론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금 대만에서 중국과 싸워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는 현상, 미국과 유럽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을 끝내고 러시아와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현상과 같은 맥락이다. 북·중·러의 그림자 전쟁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그림자 전쟁 확대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미국·유럽과 달리 우리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이 다른 국제적 이슈와 어떻게 맞물려 상호작용하고 있는지 자체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 신냉전 구도에서 양 진영은 이미 그림자 전쟁의 형태로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입버릇처럼 떠드는 정치인들은 우리 역사가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해 겪었던 비극들로 점철돼 있다는 사실은 왜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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