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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똑똑해진 시리, 챗GPT 품었다... 베일 벗은 '애플표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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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아이폰 이용자들은 수 많은 이모티콘 중에서 어떤 걸 쓸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나만의 이모티콘'을 만들어 준다. 쌓여 있는 알람을 일일이 열어 내용 확인할 필요도 없다. AI가 중요한 알람만 고르고 요약해 보여준다. 챗GPT에 묻고싶은 게 있을 땐 애플리케이션(앱)을 찾아 켜지 않아도 된다. 시리에 말로 질문하면 시리가 대신 챗GPT에 묻고 답변을 들려준다.
애플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연례개발자회의(WWDC)를 열고 애플표 AI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공개했다. WWDC는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앞으로 나올 제품과 기능을 먼저 선보이는 자리로, 약 1시간 40분 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WWDC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는 마지막 순서에 등장했다. 애플은 통상 야심작을 가장 마지막에 선보인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2022년 말 불어닥친 챗GPT발 AI 열풍 이후 애플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생성형 AI 시스템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경쟁사보다 AI 공개가 1년 이상 뒤처지며 경쟁력 우려를 키웠던 애플은 이날 발표를 시작으로 AI 대전에 본격 참전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애플 혁신의 새 장을 열게 돼 매우 기쁘다"며 "애플 인텔리전스는 사용자가 우리 제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 제품이 사용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플만이 구현할 수 있는 AI"라며 "생성 AI와 이용자의 개인 상황을 결합해 진정으로 지적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발표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음성 비서 '시리'의 진화다. 2010년 처음 공개된 시리는 생성형 AI와 만나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지고, 화면 속 정보를 '이해'하고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친구가 문자 메시지로 새 이메일 주소를 보낸 경우 시리에 "이 주소를 친구 연락처에 추가해 줘"라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새 시리는 애플 자체 앱뿐 아니라 제3자 앱을 넘나들며 이용자가 시킨 일을 처리한다. "지난 주말 바비큐 파티에서 찍은 사진 좀 친구 마리아에게 보내줘"라고 말로 명령하면 시리가 요청을 따르는 식이다.
"제이미가 추천한 팟캐스트 좀 재생해 줘"라고 주문할 경우, 제이미가 팟캐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문자로 했는지 이메일로 했는지 기억나지 않아도 시리가 해당 팟캐스트를 찾아 재생해 준다. "엄마가 탄 비행기가 언제 도착하지?"라고 물으면 시리가 자세한 항공편 번호를 실시간 운항 정보와 대조해 도착 시간을 알려준다.
시리로 챗GPT 구동도 가능해진다. 크레이그 페데리히 애플 수석부사장은 "우리는 이용자들이 다른 도구로 이동하지 않고도 외부 AI 모델을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래서 우리는 이들 중 최고의 것부터 이용자 경험에 통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챗GPT를 품은 시리는 시스템 안에서 처리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명령의 경우 챗GPT로 전달해 처리한다. 이용자가 시리에 "갓 잡은 생선을 이용해 뒷뜰에서 요리할 수 있는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하면, 시리가 챗GPT에 질문을 공유한 뒤 답변을 가져오는 식이다. 질문에 사진을 포함시킬 수도 있다. 가령 뒷뜰을 아이폰으로 사진 촬영한 뒤 시리에 대고 "여기엔 어떤 식물을 기르는 게 어울리겠어?"라고 물어보면 시리는 챗GPT와 이 사진을 공유하고 답변을 받은 뒤 이용자에게 전달한다. 애플은 "사진 외에도 문서, 프레젠테이션, PDF 관련 질문을 할 수도 있다"며 "'나비를 좋아하는 6세 아이에게 잠들기 전 들려줄 이야기를 만들어달라' 식의 작성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챗GPT 통합은 올해 말 최신 기기부터 적용된다. 이용을 위해 챗GPT에 별도 가입할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무료 버전을 지원하지만 챗GPT 유료 버전 사용자는 한 번만 계정을 연결해 두면 아이폰 챗GPT 통합 기능도 유료 버전으로 구현할 수 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시리 외에도 애플 기기 속 대부분 기능의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대표적으로 쌓인 메일이나 알람 가운데 저녁 식사 초대, 오늘 이용할 탑승권처럼 시급한 것을 알아서 추려 맨 위에 보여준다. 이용자가 원할 경우 내용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빠르게 답장을 보낼 수 있도록 답장 내용을 제안해 주기도 한다.
이모티콘을 생성해주기도 한다. 이모티콘 생성 기능의 이름은 '젠모지'(Genmoji)다. 설명을 입력하면 AI가 만들어낸 젠모지가 나타나고, 친구나 가족의 사진을 이용해서 그 사람과 똑닮은 젠모지를 만들 수도 있다. 기존 이모티콘처럼 젠모지는 메시지에 포함시켜 전송할 수 있고, 받은 메시지에 반응할 때도 이용 가능하다.
사진·동영상 검색도 더 편리해진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마야' 또는 '얼굴에 스티커를 붙인 케이티'처럼 자연어를 활용해 사진을 구체적으로 검색할 수 있다. 동영상 중간에 나오는 특정 장면을 검색하는 것도 가능해져 영상의 해당 부분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애플은 이번 WWDC에서 그간 갈고 닦아 온 AI 역량을 총동원해 보였다. 그러나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1% 떨어진 채 장을 마쳤고, 장외에서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애플의 AI 발표는 월가의 높은 기대를 빗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애플이 이날 시연해보인 AI 기능은 이미 어디서 본 듯 한 게 대부분이었고, 애플만의 차별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메시지 요약, 답장 제안, 자연어로 사진 검색 등은 삼성전자, MS, 구글, 아마존 등 경쟁사들이 이미 선보이고 출시까지 한 기능들이다.
이 때문에 정작 테크업계의 관심은 애플이 오픈AI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챗GPT를 아이폰 등 자사 기기로 흡수한 데 쏠렸다. 자사 제품끼리만 잘 연동게끔 하는 폐쇄적 생태계를 경쟁력으로 삼아 온 애플이 핵심 서비스 개발을 위해 다른 회사의 힘을 빌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서다. 테크업계에선 애플이 오픈AI와 손을 잡은 것은 AI 개발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본다. 아직은 자체 AI 능력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않는다 보고, 타사 AI를 대신 탑재해 AI의 성능 미달에 대한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날 WWDC 기조연설에 등장하진 않았으나, 행사에 직접 참석해 발표 내용을 지켜봤다. 행사 직후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연말까지 챗GPT를 애플 기기들에 통합하는 내용의 파트너십을 애플과 맺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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