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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40년 한길 스시·2억 와인, '신강' 가면 다 있다…호텔 뺨치는 그 백화점

입력
2024.07.10 11: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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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문법 깬 '하우스 오브 신세계'
주류 즐기는 식당, 삼고초려 끝 입점
'부르고뉴 전설'이 만든 와인 구비
고급화 공들여, 환대의 경험 제공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6월 10일 문을 연 하우스 오브 신세계 입구. 기존 백화점과 달리 조명이 다소 어두워 묵직한 분위기를 낸다. 박경담 기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6월 10일 문을 연 하우스 오브 신세계 입구. 기존 백화점과 달리 조명이 다소 어두워 묵직한 분위기를 낸다. 박경담 기자


8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신세계의 집'을 표방한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 들어서자 기존 백화점의 문법을 깬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조명을 최대한 키워 환한 백화점 분위기는 꺼지고, 대신 조도를 한껏 낮춘 묵직한 공간이 나왔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 상점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백화점 특유의 답답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실내임에도 탁 트여 있는 고급 호텔 로비 같았다.

6월 10일 문을 연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이 3년 전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문 닫은 뒤 공들여 기획한 곳이다. 백화점과 호텔의 연결을 상징하듯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을 잇는 지점에 약 7,272㎡(2,200평) 규모로 마련했다.

지하 1층 식당가도 인테리어처럼 여느 백화점과 달랐다. 식당 대부분은 셰프와 직접 얼굴을 마주 보는 '바 좌석'이 절반을 차지했다. 약 1,818㎡(550평) 규모인 지하 1층을 모두 홀 좌석으로 채웠다면 한 번에 600명 수용 가능하나 여긴 260석만 뒀다. 그만큼 쾌적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백화점 레벨 넘어선 레스토랑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6월 10일 문을 연 하우스 오브 신세계 내부 모습.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트여 있어 개방감을 준다. 박경담 기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이 6월 10일 문을 연 하우스 오브 신세계 내부 모습.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트여 있어 개방감을 준다. 박경담 기자


한국식 초밥을 내세우고 있는 ①'김수사'가 그랬다. 김수사는 1986년 서울 강남구 신사역에서 오픈해 한자리에서만 40년 가까이 운영 중인 가게로 아버지와 아들이 2대째 초밥을 쥐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미식가 사이에서도 분점을 내지 않는 장인 정신으로 유명한 이 스시집을 삼고초려 끝에 붙잡았다.

부산 해운대암소갈비의 손자 윤주성씨가 미국 뉴욕에 세운 ②'윤해운대갈비', 중국 명주들을 중식과 함께 잔술 코스로 내놓는 ③'고량주관', 1932년 일본 도쿄에서 창업해 4대째 내려오고 있는 장어덮밥 전문점 ④'키쿠카와' 등도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서 맛볼 수 있다. 백화점이 주력 점포마다 유명 고급 식당을 유치하고 홍보 최전선에 앞세우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곳 레스토랑 면면은 백화점 레벨을 넘었다.

이 업체들을 입점시킨 신세계백화점 식·음료(F&B)팀이 하우스 오브 신세계 기획 초기인 2021년 하반기 처음 한 일은 소주, 맥주, 양주, 전통주 등을 들여놓는 일이었다. 이어 각 주종에 어울리는 음식을 적고 정평이 난 관련 식당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백화점은 술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는 고정관념을 뒤집기 위해 소문난 레스토랑부터 찾는 '맛집 발굴' 공식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오후 10시까지 영업, 백화점서도 술 즐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 내 '와인 셀라'에서 최고급 와인만 모아 놓은 '에이펙스 컬렉션' 내부 모습. 병당 2억 원을 웃도는 '르로아 뮈지니' 등이 있다. 박경담 기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 내 '와인 셀라'에서 최고급 와인만 모아 놓은 '에이펙스 컬렉션' 내부 모습. 병당 2억 원을 웃도는 '르로아 뮈지니' 등이 있다. 박경담 기자


김태남 신세계백화점 F&B팀 바이어는 "백화점 푸드홀을 다음 단계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으로 '신강(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안의 신강을 만들었다"며 "고객이 식사와 함께 술을 편하게 마실 수 있도록 저녁엔 밝기를 더욱 내리고 영업 시간도 백화점 마감 시한인 오후 8시가 아닌 오후 10시로 늘렸다"고 말했다.

한 층 올라가자 사방이 와인으로 가득했다. 와인 애호가들의 오감을 자극할 최고급 와인 전문관 '와인 셀라'였다. 약 1,322㎡(400평) 규모인 와인 셀라는 샴페인, 보르도, 버건디 구역 등 와인을 세분화해 취향대로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이 중 '에이펙스 컬렉션'이라고 별도의 이름을 가진 공간은 문자 그대로 '와인의 정점'(Apex)이었다.

와인을 소재로 한 만화책 제목 '신의 물방울'을 애칭으로 둔 7,000만 원짜리 로마네 콩티는 약과였다. 와인 주산지 프랑스 부르고뉴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르로아 여사가 만든 '르로아 뮈지니'가 눈을 사로잡았다. 병당 2억 원을 웃도는 걸작이었다.


취미계 끝판왕, 오디오 앞세우기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 입점한 일식집 '김수사'. 셰프와 직접 대면하는 '바 좌석'이 절반을 차지한다. 박경담 기자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 입점한 일식집 '김수사'. 셰프와 직접 대면하는 '바 좌석'이 절반을 차지한다. 박경담 기자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새로운 먹거리·즐길거리·볼거리 발굴에 그치지 않고 고객이 일상에서 겪기 쉽지 않은 '환대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쿠팡 등 이커머스 공세에 맞서 오프라인 공간만의 장점을 살리려는 백화점의 고민이 느껴진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를 통해 고급화의 대명사인 호텔까지 라이벌로 삼을 기세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은 하우스 오브 신세계를 꾸미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를 JW메리어트 호텔과 연결지었다. 호텔 투숙객을 하우스 오브 신세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에 조선호텔 럭셔리 플라워 브랜드인 '격물공부'가 입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세계백화점은 호텔에서 꽃을 구매하는 소비 수요를 백화점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픈 한 달을 맞은 하우스 오브 신세계는 소비자에게 통했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 개장 후 첫 3주(6월 10~30일) 동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식·음료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54% 올랐다. 하우스 오브 신세계에 고객이 몰린 결과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최대 라이벌인 롯데백화점 잠실점도 고급화에 공들이고 있다. 내세운 건 가격대가 높아 '취미계의 끝판왕'으로도 불리는 프리미엄 오디오다. 지난해 말 '바워스앤윌킨스'에 이어 5일 'JBL 럭셔리', '제네바'까지 총 약 330㎡(100평) 규모로 고급 오디오 브랜드 매장을 조성했다. 명품 사운드로 귀호강할 수 있는 청음실도 뒀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공간과 콘텐츠, 고객의 마음을 채우는 서비스 혁신을 통해 오직 오프라인 공간만이 줄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가치와 매력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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