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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마약’ 유튜브 중독

입력
2024.06.10 16: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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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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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식당에서 울고 떼를 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예전엔 호랑이가 잡아간다고 엄포를 놨지만 요즘엔 스마트폰을 꺼낸다. 유튜브에서 아기상어(Baby Shark)나 핑크퐁 영상을 틀어주면 금방 조용해진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활용하는 덕에 더핑크퐁컴퍼니의 유튜브 조회수는 누적 1,000억 뷰를 돌파했다. 아이뿐 아니다. 어른들도 유튜브와 쇼트폼(short form·짧은 영상)에 푹 빠졌다. 밤을 새우는 어르신도 적잖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은 18억 시간도 넘었다. 네이버는 3.4억 시간에 불과했다. 한국인은 스마트폰 사용 시간의 33% 이상을 유튜브에 쓰고 있다.

□ 다양한 주제와 수많은 콘텐츠, 구독자의 성향과 관심사를 귀신같이 파악해 추천하는 맞춤 동영상 등은 유튜브의 강점이다. 문제는 추천 알고리즘과 중독성을 우리가 제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추천 알고리즘은 일단 영상을 보기 시작하면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그래야만 구독자를 오래 묶어둘 수 있고 더 많은 광고료를 챙길 수 있다.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동영상 시청을 멈춘다는 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만큼 어렵다. '디지털 마약'으로 불리는 이유다.

□ 콘텐츠를 올리는 이들도 조회수에 비례해 돈을 버는 만큼 중독성을 끌어올리는 데 열중한다. 지난 2월 축구 국가대표팀 갈등 당시엔 이강인 가짜뉴스로 7억 원을 벌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적 제재와 피해자 2차 가해 우려에도 20년 전 경남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를 폭로한 유튜버도 수천만 원을 벌었다. 갈등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조장하는 유튜버도 적잖다. 확증 편향으로 광신도 중독을 만들어야 돈이 되기 때문이다.

□ 미국 뉴욕주 의회가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알고리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걸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자신이 얼마나 많이 보는지도 인지할 수 없도록 만드는 영상 중독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3세 이하의 영상 시청을 막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선 뭐든지 하는 유튜브 영상에 중독되는 건 개인도 사회도 위험하다. 우리도 디지털 마약 중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볼 때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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