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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우디 방위 협정 막판 진통… 대선 앞 바이든, ‘중동 업적’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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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안정화 전략 차원에서 공을 들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상호 방위 협정 체결 작업이 막판 고비에 직면했다. 사우디와 한편이 돼야 할 이스라엘이 미국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고 있어서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내세울 업적이 절실한 바이든 대통령이 안간힘을 쓰고는 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조건으로 사우디에 획기적인 상호 방위 협정을 제안한 뒤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9일(현지시간) 미국과 사우디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만났을 때 협정 초안이 거의 완성됐다.
모델은 미일 안보 협정이다. 사우디가 공격당하면 방어하겠다는 약속을 미국이 하고, 사우디는 미국에 영토·영공 접근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이름은 ‘전략적 동맹 협정’이다. 사우디 내 중국 기지 건설이나 양국 간 안보 협력을 금지한다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방위 협정을 맺는 일은 드물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은 WSJ에 “미국이 법적 효력이 있는 상호 방위 조약을 체결한 것은 1960년 미일 협정 개정 뒤 처음이고, 권위주의 국가와 이런 협정을 맺는 것은 아예 최초”라고 말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까슈끄지를 암살한 사우디가 대가를 치르게 만들겠다고 공언한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놀라운 반전’이라는 게 WSJ 평가다.
미국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얻을 게 많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 중동 구상의 핵심은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외교 관계 정상화다. 사우디에 안보 동맹을 제안한 것도 이를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두 나라가 잘 지낼 때 탄탄한 대(對)이란 전선이 구축된다. 중동 반미 세력 구심점인 이란은 갈수록 러시아와 밀착 중이기도 하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를 단속하면 중국의 중동 내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수도 있다. 중국 거점인 인도·태평양에 집중하려면 중동 안정이 긴요하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분석가인 조너선 파니코프는 WSJ에 “미·사우디 안보 동맹과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라는 대형 거래는 미국의 지정학적 승리를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자산이 될 공산도 크다. 몇 달 내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을 불사하며 가자 전쟁을 밀어붙이고 있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다 많은 지지자를 잃은 그에게 대선을 앞두고 큰 외교 정책 승리가 될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난제는 이스라엘이다. 개국 이후 아랍 적국들에 둘러싸여 늘 안보 불안에 노심초사해 온 이스라엘에 사우디와의 수교는 숙원이었다. 지난달 설리번 보좌관도 “안전한 이스라엘이라는 비전을 달성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설득했다. 사우디가 요구하는 수교 조건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과 휴전이다. 그러나 사우디와의 수교가 불발해도 팔레스타인 국가는 안 된다고 응답한 국민이 74%에 이른다는 게 최근 이스라엘 여론조사 결과다.
WSJ는 “몇 개월간 성과 없는 휴전 회담이나 주말 이스라엘의 인질 구출 습격을 볼 때 당장 휴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사우디의 대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약속이 동반되지 않으면 협정이 미 상원에서 비준에 필요한 지지를 얻을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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