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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의혹 푼다며 자원개발 역사나 알려주려 한 안일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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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9일) 오후 10시쯤 산업통상자원부 출입기자단에 갑작스러운 일정이 알려졌다. 10일 오전 산업부 2차관 주재로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의 석유·가스전 관련 백브리핑을 한다는 긴급 공지였다.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자료 해석을 의뢰받은 미국 휴스턴의 컨설팅 업체 액트지오(Act-Geo) 관련 의혹 및 예산 등 시추 사업의 현실성에 관한 질타와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자 해당 부처 차관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겠다는 것.
그러나 백브리핑을 불과 두 시간 정도 앞두고 나온 자료는 국내 자원개발 역사와 자원개발 생태계 관련 내용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현황에 대한 자료도 준비 중이었으나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애초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이날 기자들이 이례적으로 산업부의 백브리핑에 보이콧(브리핑 거절)을 선언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인 만큼 정부가 직접 명확한 입장을 설명하려는 자세는 높이 사야 한다. 그러나 현재 논란이 된 민감한 내용에 답하기보다 부실한 자료를 내놓고 일단 기자들을 불러모아 일방적으로 정부 입장만 밝히려는 모습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다.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동해 심해 가스전 관련 국정브리핑 이후 일주일 동안 해당 사업에 대한 의문점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하나가 터지고 석유공사·산업부가 막으려 하면 또 다른 하나가 생긴다.
산업부는 7일 데이터를 분석한 액트지오의 고문 비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박사를 직접 한국에 초청해 기자회견까지 열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석연치 않은 점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무엇보다 석유공사가 액트지오를 선정한 과정과 시추 계획의 현실성 관련 문제는 사업 전체의 앞날을 좌우할 핵심 사안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약 12시간 가까운 설왕설래를 거쳐 우여곡절 끝에 이날 오후 2차관은 결국 기자들 앞에서 90분 동안 열심히 설명했다. 배포된 자료에는 애초 배포하려던 내용 대신 액트지오의 전문성을 포함해 동해 가스전 개발을 둘러싼 논란 등에 대한 해명을 담았다. 사업 과정에서 부족했던 부분과 관련해선 "석유공사를 포함, 정부를 대표해 사과한다"고 거듭 말했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자원 빈국이었던 우리나라 앞바다에 석유, 가스가 묻혀 있다면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최대 140억 배럴'로 예상된다는 동해 심해 가스전의 장밋빛 미래나 전망이 아닌, 영일만 유전의 불확실성을 씻어낼 해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 시작할 시추 계획이 차질 없이 이행되기 위해 필요한 재정 마련 방안과 방법론 또한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발표와 액트지오를 둘러싼 논란을 어떻게든 감싸려는 안일한 인식으로는 지금의 혼란을 잠재우기 어려워 보인다. 본격 시추는 이제 첫발을 뗄 예정인 만큼 향후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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