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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국제화 힘쓴 원로 시인 김광림 별세…향년 95세

입력
2024.06.09 19:30
수정
2024.06.09 19:35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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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중섭과 깊은 인연...
'은박지 시리즈'를 세상에 남겨

김광림 시인.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광림 시인.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낸 문단 원로 김광림(본명 김충남) 시인이 9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1929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8년 월남해 경기 여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했다. 6·25 전쟁에 육군 소위로 참전한 뒤 제대 후 고려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48년 시 '문풍지'로 등단한 시인은 1954년 '전시문학선'에 '장마', '내력' 등을, '문학예술'에 '상심하는 접목'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필명 광림은 김광균 시인의 '광'과 김기림 시인의 '림'에서 한 글자씩 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인은 서구 모더니즘을 바탕으로 깨끗하고 맑은 시 세계를 추구했다. 1980년대에는 한국 시의 국제화를 위해 한국·중국·일본의 시단 교류에도 앞장섰다. 전봉건·김종삼 시인과 함께 '전쟁과 음악과 희망과' 등 협동시집 3권을 냈고, 일본 세이주사에서 '세계시인총서 5'와 '속세계시인총서 10'을 출간했다. 1992~1994년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시의 국제화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보관문학훈장을 수상했다.

화가 이중섭(1916~1956)과 깊고 오랜 인연을 맺었다. 이중섭의 대표작인 ‘은박지 그림’ 시리즈를 탄생시킨 것도, 세상에 전한 것도 고인이다. 고인이 장교 복무 시절 모았다가 건넨 보급품 양담배의 은박지에 이중섭이 그림을 그렸다. 이중섭이 모두 불태우라고 했지만, 고인은 따르지 않았다. 2006년 '진짜와 가짜의 틈새에서-화가 이중섭 생각'이란 책을 썼고, 이중섭에 대한 8편의 연작시도 발표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상수·상일·상호씨, 딸 상미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11일 오전 10시.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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