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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보완해야 할 해외직구 면세제도

입력
2024.06.10 04:30
25면
이정원(왼쪽 네 번째) 국무조정실 2차장이 지난달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직구 제품 원천 차단을 골자로 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원(왼쪽 네 번째) 국무조정실 2차장이 지난달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 안전을 해치는 해외직구 제품 원천 차단을 골자로 한 '해외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국내 진출이 거세다. 이러한 급성장의 이면에는 소비자 보호 미흡, 국내 제조·유통업 잠식 등 문제도 있다. 이에 정부는 소비자 보호, 안전인증 강화 등을 담은 해외직구 대책을 두 차례 발표했다. 다만 일부 품목의 안전인증 강화가 직구 전면금지로 잘못 인식되면서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거세져 혼선을 빚기도 했다. 다소 후퇴한 것으로 보여 안타깝지만, 인증 강화 이외의 다른 대책, 특히 면세제도 개편은 추진해야 한다.

해외직구 면세제도는 자가사용 목적의 150달러 이하(미국발 물품은 200달러) 수입물품의 관세·부가세를 면세하는 제도로 1968년 도입됐다. 국경 간 거래가 활발하지 않던 시절 세관 부담 등을 고려해 경제적 대가 없는 개인 간 선물, 기증품은 면세한다는 판단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면서 해외직구같이 통상의 상거래까지 면세 혜택을 받는 제도로 변질됐다. 당초 입법 취지와 크게 다르게 운영되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사업자와의 역차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소액 해외직구 물품은 수입신고, 인증부담 없이 목록 통관 형태로 손쉽게 국내 반입되며 관세·부가세도 면제된다. 반면 국내 물품은 KC 인증 등 복잡한 절차와 규제를 거치고 비용도 직접 부담한다. 부가세 등 세금도 납부한다. 안 그래도 인건비 등에서 불리한 국내 업체는 규제와 세금을 부담하는 반면, 해외 플랫폼과 이를 통해 판매하는 해외 제조업체는 이런 부담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해외직구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유럽연합(EU)은 역내 업체와의 형평성을 위해 2021년 7월부터 전자상거래 수입물품에 부가가치세를 과세하고 있으며 작년 5월에는 2028년 3월부터 관세도 과세하기로 발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특히 전자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해 소비자가 아닌 해외 플랫폼이 월별로 세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호주 또한 2018년부터 연 판매액 7,000만 원 이상의 해외 플랫폼에 대해 사업자 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를 분기별로 납부하게 하고 있다. 중국도 2016년부터 면세 리스트에 포함된 물품에 한해 연간 약 480만 원 한도 내 관세를 면세하고 부가가치세는 원칙적으로 과세하되 일부 감면한다.

지금 세관에는 밀려드는 직구 물품검사에 세관행정과 인력, 나아가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늦기 전에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우리 기업이 해외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국경 간 전자상거래가 정식 수출입을 대체할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선물교환, 기증품에 면세하던 낡은 제도를 기업-소비자 간 거래인 해외직구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김재식 서원대 명예교수·전 한국관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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