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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열쇠 하나로 모든 문 열 수 없어...한국형 좌표로 초당 외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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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소멸과 기후변화 등으로 구조적 위기가 닥쳐오고 있지만 5년 단임 정부는 갈수록 단기 성과에 치중해 장기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정권교체마다 전 정부를 부정하는 정치적 갈등으로 정책적 혼선도 가중됩니다. 한국일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이런 문제를 진단하면서 구조 개혁을 이루기 위한 초당적 장기 전략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외교는 늘 정쟁의 수단이었다. 정치인들이 외친 "국익 중심의 초당적 외교"는 '우리 정파가 정답'이라는 또 다른 주장에 불과했다.
'외교 전문가'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 외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 외교를 위한 초당적 외교 모임'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일 본보 인터뷰에서 "정상회의를 하면서 '반짝' 주목을 받는 행사 중심의 외교가 아닌, 내실 있는 외교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인으로서 정치권과 집권 엘리트, 관료들에게 필요한 얘기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외교가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적 관점 △국내정치 위주 관점 △이념적 당파적 관점 △포퓰리즘 △아마추어리즘 등 5대 수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한국형 좌표'를 제시했다. 위 의원은 "한국의 지정학적 환경을 고려해 주변국에 대해 통합적이고 조율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약 하나로 만병을 통치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대한민국은 분단과 4대 강국이라는 지정학적으로 복잡한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미국과 공조하더라도 그것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에 끼칠 영향 등을 고려해 섬세한 조정(calibration)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미에 이어 한중 정상회의에 공을 들이는 '순차적, 기계적 균형'이 아니다. 처음부터 미중 패권경쟁 구도와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한미 정상 합의 수위를 조율하고, 대중·대러관계를 조정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 의원은 지난달 말 한중일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없는 것보단 분명히 낫지만, 미중 대립이 첨예한 상황에서 좌표 없이 협의를 했으므로 행사라는 의미 이외에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위 의원은 '초당파적 외교' 실현을 위한 제1호 법안으로 특임공관장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위 의원은 올초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을 둘러싼 논란이 "국내정치를 위해 외교를 희생시킨 대표적 사례"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임공관장이든 아니든 재외공관장은 최전방의 사단장"이라며 "최전선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한국 외교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임공관장 자리가 단순 '당파적 보은성 인사'로 전락하지 않도록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외교의 최전선임에도 국내정치적 사정에 따라 임명되곤 했던 대표적 자리로 '주중대사'가 꼽힌다. 위 의원은 "한국과 외교적으로 어려운 관계에 있는 국가일수록 재외공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동맹은 상대적으로 고위급 접촉이 쉽지만, 비우호국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라며 "군으로 따지면 전투 난도가 상당히 높은 곳인데, 그런 곳의 지휘관을 당파적 고려에 따라 보낸다는 게 말이 되겠냐"고 반문했다.
위 의원은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냈다. 그는 "비핵화 문제는 한국의 사활이 걸린, 죽고 사는 문제"라면서 "주변국들이 방치하더라도 우리는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반도평화교섭본부는 18년 만에 폐지됐다. 이에 대해 위 의원은 "북핵 협상 진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조직 개편은 필요하지만, 여전히 북핵 문제는 더 엄중해진 현안"이라며 "상호 관련성이 적은 여러 기능이 덧붙여진 '외교전략정보본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위 의원은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면 정지하는 등, '강대강'을 고수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접근에 대해서도 "상호 확증편향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하면 이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결국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두루 입지를 다져놔야 한다"며 "현재 우리에게 남은 입지는 '한미동맹' 말고는 없다. 대북 협상 국면에서 한국이 목소리를 낼 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외교에서 열쇠 하나로 모든 문을 열 수 없다"면서 "외교도 하나의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복합적 상황에 대해 다양한 해법과 수단을 동원할 줄 알아야 현명한 외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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