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술자리 회유·입장 번복·2개월 연기… 이런 재판 또 있을까

입력
2024.06.07 19:00
3면
구독

1년 8개월 걸친 '이화영 대북송금 의혹' 재판
기존 재판에서 볼 수 없었던 황당한 일 연속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7일 1심 선고가 이뤄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외국환거래법 위반)은 재판이 진행되는 1년 8개월 내내 기존 법정에서 볼 수 없었던 황당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전 부지사는 대북송금 의혹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관련 사안을 보고했느냐를 두고 여러 차례 입장을 번복했다. 이 지사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줄곧 펼치다 지난해 6월 검찰 조사에서 “(2019년) 이 지사에게 ‘쌍방울이 북한에 돈을 대납했다’고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 전 부지사 아내가 법정에서 남편을 향해 “정신 차려라”라고 소리쳤고 변호인이 바뀌었다. 이 전 부시자는 “아내가 오해한 것 같다”면서 자신의 뜻이 아님을 밝혔으나 아내는 “남편이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술 강요 의혹을 제기하며 변호사 교체를 강행했다. 이 전 부지사는 3개월 뒤 옥중 자필 입장문을 통해 “검찰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 허위 진술한 것”이라고 또 입장을 뒤집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진상조사기구를 꾸린 뒤 수원지검을 항의 방문하고, 검찰 민원실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 논란은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대북송금·뇌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기소부터 선고까지. 그래픽=이지원 기자

'대북송금·뇌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기소부터 선고까지. 그래픽=이지원 기자

지난 4월엔 검찰 조사실에서 자신을 회유하기 위한 술자리가 벌어졌다는 이 전 부지사 폭로가 재판을 뒤흔들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지난해 6월쯤 수원지검 1313호 앞 ‘창고(나중에 휴게실 등으로 변경)’에서 같이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회유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진술을 조작했으며, 이 자리에 쌍방울 직원들이 가져온 연어와 회덮밥, 술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수원지검은 “전혀 사실 무근이며 재판을 물타기하려는 의도”라면서 10번에 걸쳐 조목조목 반박 입장문을 발표했고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나서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현재 담당 검사와 쌍방울 직원 등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앞서 재판이 2개월 넘게 공전을 거듭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가 지난해 10월 1심 종결 직전 법관 기피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사건 재판부인 수원지법 형사11부 법관 3명이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찰의 유도 신문을 제지하지 않는 등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며 법관 기피 신청을 했다. 수원지법, 수원고법 등 1, 2심 모두 “이유 없다”며 기각했지만 이 전 부지사 측은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재항고했다. 지난해 12월 28일 대법원이 다시 한 번 기각 결정을 내렸고 올해 1월에야 재판이 재개됐다.

이종구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