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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수당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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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영국 의회가 7월 4일 총선을 앞두고 지난달 30일 해산했다. 650석의 하원 의석과 차기 총리직을 차지하기 위한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2010년 이후 14년간 집권해 온 보수당 지지율이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크게 뒤지자, 리시 수낵 총리가 '조기 총선 실시'라는 승부수를 던진 데 따른 것이다.
□ 영국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어느 정당이 이기느냐가 아니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이 얼마나 많은 의석을 얻느냐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토니 블레어가 노동당의 전성기를 연 1997년 총선 의석(418석)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갈 길 바쁜 상황에 악재까지 겹쳤다. 브렉시트를 주도한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가 출마를 선언하며 '보수표 분열'이 불가피해졌다.
□ 국민의힘에선 4·10 총선 참패와 같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200년 역사의 보수당에서 해법을 찾는다. 실제 보수당은 고루한 이념에 얽매이기보다 시대 변화를 거부하지 않는 유연함으로 개혁에 앞장섰다. 1928년 남녀 모두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2013년 동성혼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마거릿 대처)와 유색인종 총리(수낵)를 배출한 정당도 보수당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따뜻한 보수주의'는 보수의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면서 2010년 노동당의 전성기를 끝내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 최근 보수당의 위기는 보수란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눈앞의 표만 의식한 포퓰리즘에 빠진 측면이 크다. 2019년 '브렉시트를 완수하자'는 구호를 내건 보리스 존슨 총리가 취임하면서 이듬해 유럽연합(EU)을 탈퇴했다. 리즈 트러스 총리는 무리한 감세 정책으로 49일 만에 물러났다. 수낵 총리는 불법 이주민을 르완다로 보내는 정책에 이어 최근 징병제 부활과 연금 수령자 대상 소득세 인하 공약을 내세웠다. 보수당 핵심 지지층인 장년층에만 소구하는 정책들이다. 총선 참패 이후 갈피를 못 잡는 국민의힘이 '중도·수도권·청년'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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