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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함이 필요했던 헬스장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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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사무실 근처 헬스장 회원권을 끊었다. 친구의 강권 덕분이다. 작심삼일이 되지 않게 10개월 치를 선불로 냈다. 할인을 많이 받는 대신 환불 불가의 조건이었다.
1주일에 최소 나흘은 헬스장에 가겠다고 결심했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할 일이 너무 많다, 헬스장이 아니더라도 운동은 할 수 있다, 충분히 걷고 있다, 지금도 건강은 잘 유지되고 있다는 둥 빠질 핑계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잡고 헬스장에 가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앞으로 살아갈 60대 이후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두 가지 요소 중 하나가 바로 건강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너무 뻔한 얘기라 오히려 하찮게 여겨지는 게 운동이 아닌가 싶다.
나는 건강의 중요성을 이미 40대에 절감했다. 2008년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암환자로 살았는데, 자칫 잘못 관리하면 암이 악화돼 죽을 가능성이 낮지 않았다. 한참 열정적으로 살아갈 나이에 맞이한 암은 역설적으로 내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암에서 벗어나기 위해 병원 치료뿐 아니라 생활습관을 면역력이 높아지게 180도 바꾸는 전면적인 개조(改造)를 실천해야 했다. '운동 좀 해볼까' 수준이 아니라 '죽지 않으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절실함, 절박함이 있었다.
그게 있었기에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밥 한 술 넘길 수 없었던 몸 상태로 집 뒷산에 올랐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의미를 가진 '누죽걸산' 네 글자를 수시로 되뇌면서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던 발걸음을 옮겼다. 음식을 먹게 되고 체력이 점차 회복된 뒤에는 헬스장에도 다니고 하루 1만 보 걷기를 빼놓지 않았다.
암 진단 후 5년이 지나 완전관해(완치) 상태가 된 뒤 꽤 오랜 기간 꾸준히 운동을 했다. 암 재발은 없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여전했던 데다가 암 환자 상담, 건강 강의, 힐링 프로그램 등을 업으로 삼은 터라 다른 이의 본보기가 되어야 했다.
그런 긴장감도 떨어지고 노화 탓에 몸 여기저기에서 이상 신호가 느껴지는 지금, 헬스장에 다녀야 하는 절실한 이유를 찾아본다. 하루에 몇 번씩 휴대폰으로 안전안내 문자가 날아오는데, 70대, 80대 노인을 찾는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치매 때문에 집을 못 찾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어제도 무심코 그 문자를 보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와 완전히 무관한 일인가?'
자주 다니는 동네 병원에서 얼마 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 혈압, 당뇨는 정상이라지만 찜찜했다. 좀 무리해서 걸었다 싶으면 허리, 다리가 저리고 쑤신다. 이 몸 상태를 방치하면 90세까지 세계여행을 즐기고 텃밭을 가꾸면서 살겠다는 목표가 허튼소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 경험상 두 달 정도는 꾸준히 헬스장에 다녀야 몸이 자연스럽게 적응돼 습관으로 굳힐 수 있다. 두 달 동안 버틸 절실함이 정말 필요한 시점이다.
필요한 게 또 있다면 적절한 관심과 압박, 도움을 주변 사람들에게 요청하는 것이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몸 만들기를 위해 헬스장에 다니기로 했다고 소문을 냈다. 어제저녁, 인근에 사무실이 있는 선배가 연락을 했다. "지금 운동 가려는 데 헬스장 함께 갈래?" 안 가면 큰일 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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