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1조원대 '풋옵션 리스크' 한숨 돌려...연말까지 새 투자자 찾을까

입력
2024.06.0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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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닷컴 FI 지분 제3자에 매각 합의
"SSG닷컴 기업가치 떨어져 쉽지 않을 듯"

2013년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류효진 기자

2013년 성수동 이마트 본사에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류효진 기자


SSG닷컴의 풋옵션 리스크로 궁지에 몰렸던 신세계그룹이 한숨 돌리게 됐다. SSG닷컴의 재무적 투자자(FI)가 가진 지분을 제3자에 되파는 방식으로 투자금 문제를 해소하기로 하면서다. 하지만 연말까지 새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직접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 부담은 계속 안고 갈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와 신세계는 4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이 가진 SSG닷컴 보통주 131만6,492주 전부를 12월 31일까지 신세계그룹이 지정하는 단수 또는 복수의 제3자에게 매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측 합의에 따라 앞서 매매 계약으로 묶인 풋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 효력도 사라진다.


신세계그룹, 풋옵션 리스크 깨끗이 털까

SSG닷컴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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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은 2019년(7,000억 원)과 2022년(3,000억 원) 두 차례에 걸쳐 약 1조 원을 투자해 SSG닷컴 지분 15%씩을 확보했다. 당시 신세계그룹과 맺은 투자 계약에는 두 가지 조건이 제시됐다. SSG닷컴이 2023년까지 총거래액(GMV) 5조1,600억 원을 넘기지 못하거나 복수의 투자은행(IB)으로부터 기업공개(IPO)를 할 준비가 됐다는 의견을 받지 못하면 FI가 가지고 있는 주식 전량을 신세계그룹에 매수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풋옵션 내용이다.

그러나 이후 중국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알리, 테무의 공세 등 온라인 쇼핑 환경과 시장 상황이 급변해 SSG닷컴의 IPO가 기약 없이 미뤄졌다. 계약에 따라 5월 1일부터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FI는 신세계그룹을 상대로 투자금 회수를 위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애초 풋옵션 행사 기한이 2027년 4월이었던 터라 업계에서는 양측이 예상보다 빨리 합의점을 찾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마트·신세계와 어피너티·BRV는 격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SSG닷컴의 미래를 위해 보다 발전적 방향성을 공유했다"며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이번 합의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세계그룹이 새 투자자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올 연말까지 SSG닷컴 지분 30%를 사들일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해당 지분은 신세계그룹 측이 다시 매입해야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에서 접촉 중인 투자자가 있는 걸로 보이고 내부적으로 매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번 합의를 추진했을 것"이라면서도 "한때 3조 원에 달했던 SSG닷컴의 기업가치도 예전 같지 않아 투자자를 구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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