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이재용 2심 재판부에 2개월 동안 새 사건 배당 중지

입력
2024.06.04 14:51
수정
2024.06.04 15:08
구독

검토 증거·기록 많은 점 고려
재판 진행 빨라질 지에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위해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위해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2심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재판부가 당분간 새로운 사건을 맡지 않는다. 해당 재판부 요청에 따른 것으로, 이 회장 항소심 재판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4일 서울고법에 따르면, 이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 13부(부장 백강진)는 다음 달 1일부터 8월 31일까지 두 달간 새로운 사건을 배당받지 않기로 했다. 법원 예규상 집중 심리가 필요할 때 재판부는 법원에 신건 배당 중지를 요청할 수 있다.

이번 결정은 검토할 증거와 기록의 분량 등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1,360쪽에 달하는 항소이유서를 내고, 증거 2,000여 건을 새로 제출했다. 자본시장법 전문가 등 11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미래전략실과 공모해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불법적 합병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시세 조종 등을 동원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이 회장이 불법 합병을 은폐하고,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본잠식을 막으려 4조5,000억 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도 적용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받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19개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제일모직과 심상물산의 합병이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라는 사실까지는 인정했다. 그러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만을 위한 것'이라는 검찰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침체하던 삼성물산을 살려 신성장 동력을 얻겠다는 '경영상 판단'에 따라 합병했다는 이 회장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1심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도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이 결과에 대해 검찰은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 거래 행위에 대한 증거 판단, 사실인정과 법리 판단에서 1심과 견해차가 크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 데 이어 다음달 22일 공판준비기일을 한차례 더 열기로 했다. 증인 신문 필요성에 대한 양측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고, 변호인들이 검찰 측 증거를 열람·복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근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