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한일 화해무드 1년에도 한국 58%·일본 46% "부정 평가" [한일 여론조사]

입력
2024.06.11 04:30
수정
2024.06.11 11:18
1면
구독

[2024 한국일보·요미우리 한일 공동여론조사]
일본인 절반 "한일 관계 좋다"… 한국은 43%
양국 심각한 사회 문제 '저출생 인식' 조사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한일 정부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작 양국 국민은 한일관계 변화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 일본인 모두 지난 1년 변화에 대한 긍정 평가는 과반에 못 미쳤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비판 의견이 옹호 의견보다 20%포인트 이상 높게 나오는 등 관계 개선 방향에 대한 불만이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일보가 창간 70주년(6월 9일)을 맞아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지난달 24~26일 한국인 1,000명, 일본인 1,045명을 대상으로 각각 조사한 뒤 11일 공개한 '2024 한일 공동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다.

'한일 관계 부정 평가' 한국 58%, 일본 46%

최근 1년간 한일 관계 변화에 대한 평가. 그래픽=송정근 기자

최근 1년간 한일 관계 변화에 대한 평가. 그래픽=송정근 기자


양국 정상이 상대국을 왕래하는 '셔틀 외교'를 복원하며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과 달리, 양국 국민의 평가는 박했다. '최근 1년간 한일 관계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34%로, 부정 평가(58.3%)보다 24.3%포인트나 적었다. 일본인도 부정 평가(46%)가 긍정 평가(45%)보다 많았다.

한국은 정치 이념 성향에 따라 평가가 명확하게 갈렸다. 자신의 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는 최근 1년간 변화에 대해 57.1%가 긍정 평가(부정 평가 36.8%)했지만, 진보층과 중도층의 긍정 평가는 각각 16.4%(부정 78.4%), 30.6%(부정 64%)에 그쳤다. 일본인은 여당·야당 지지층 모두 긍정 평가가 50%였다. 다만 부정 평가는 야당 지지층이 45%로, 여당 지지층(43%)보다 다소 높았다.

현재 한일관계에 대한 평가. 그래픽=송정근 기자

현재 한일관계에 대한 평가. 그래픽=송정근 기자

일본 정부가 관계 개선의 핵심인 역사 문제에서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가 유화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데 대한 불만이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를 해소하고자 지난해 '제3자 변제'(피해자에게 일본 기업 대신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배상) 해법을 제시했지만, 일본은 그에 맞는 사과나 추가 조치 없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양국 국민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한일 모두 지난해보다 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인은 부정 평가(60.6%)가 긍정 평가(34.0%)를 압도했다. 일본인도 부정 평가 비율이 지난해 31%에서 올해 39%로 8%포인트나 상승했다.


'상대국 신뢰할 수 있다' 한국 29%, 일본 42%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가 지난달 14일 일본 도쿄 더오쿠라호텔에서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일경제협회 제공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가 지난달 14일 일본 도쿄 더오쿠라호텔에서 제56회 한일경제인회의를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일경제협회 제공

이 같은 분위기는 한일 관계 평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현재 양국 관계를 '좋다'고 답한 한국인 비율은 42.5%(지난해 43.5%)로, '나쁘다'(51.6%)는 의견보다 적었다. 반면 일본인은 '좋다'가 50%, '나쁘다'가 44%였다.

최근에는 일본 총무성이 메신저 업체 라인야후의 대주주 네이버의 지분 조정을 시도하는 행정지도로 논란이 일면서 한국에서는 반일(反日) 여론이 일기도 했다.

상대국에 대한 신뢰도도 한일 간 차이가 뚜렷했다. 한국인은 28.7%가 '일본을 신뢰할 수 있다'고 답한 반면, 일본인은 42%가 '한국을 신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상대국에 대한 친밀감은 한일 모두 2013년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인은 32.7%, 일본인은 48%가 '상대국에 친밀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의 공동 여론조사 30년째인 올해는 양국의 심각한 사회 문제인 저출생에 대한 인식을 처음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편집자 주] 이렇게 조사했다

한국일보는 광복 50주년을 맞은 1995년부터 6월 9일 창간 기념일에 맞춰 일본에서 최대 부수를 발행하는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과 함께 '한일 국민의식 공동 여론조사’를 30년째 실시하고 있다. 초창기는 부정기적으로 조사했으나 2013년부터는 매년 진행하고 있다.

한일 양국 국민의 한일관계, 상대국 신뢰도·친밀도, 중국·북한 등 주변국 인식 평가 문항을 매해 빠짐 없이 넣고, 여론조사 당시 현안에 대해 양국 국민에게 동일한 문항을 질문한 뒤 비교한 결과는 그 자체로 역사적 자료가 됐다.

한국일보의 올해 조사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8세 이상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휴대폰 면접조사 방식으로 지난달 24, 25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요미우리신문은 사내 여론조사부를 통해 같은 달 24~26일 18세 이상 일본인 1,045명을 상대로 유무선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국일보는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요미우리는 소수점 이하를 반올림해 수치를 표기한다.



도쿄= 류호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