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와 경제개혁, 유럽 경제 부활할까?

입력
2024.06.04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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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경제는 미국경제를 대적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하에 유럽경제가 미국에 뒤처지게 된 원인들을 상세하게 보도하였다. 한편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지난 4월 '유럽 경쟁력 계획'을 제안한 데 이어, 5월 28일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같은 신문에 "우리는 유럽의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라는 이례적인 공동명의 기고에서 유럽은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 직면해 있다고 하면서 유럽경제의 경쟁력과 복원력 강화를 위한 미래발전 과제들을 제시하였다.

최근 유럽경제를 살펴보면, 유로존은 러-우전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전례 없는 고강도 통화긴축이 장기화하면서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해 3, 4분기 두 분기 연속 역성장을 보인 후 연간 0.4%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금년에도 저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유로존 성장률을 작년보다 개선된 0.8%로 전망했지만, 이는 미국(2.7%) 전망치에 크게 뒤지는 것이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은 6일 주요국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과 러-우전쟁을 거치면서 유럽과 미국의 성장 격차 확대 배경으로 유럽의 소극적 재정정책운용, 에너지의 높은 대외의존도와 공급망 불안 충격, 글로벌 수요위축과 교역부진, 그리고 더딘 디지털 전환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장기 구조적 생산성 둔화와 정책 운용제약에 주로 기인한다.

무엇보다도 유로존 성장 저해의 주된 요인은 생산성 둔화에 있다. 지난 20년간 성장의 동인이었던 노동생산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평균 1.2%에서 팬데믹 위기 이후 0.3%까지 현저하게 둔화했다. 인구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노동시간 감소, 경직적 노동시장이 노동력 비축과 잠재 생산 저하로 이어졌다. 투자 부진, 기술혁신 저하, 과도한 규제로 연간 2% 이상 성장하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최근 0.6%까지 둔화한 점도 유로존의 고민이다.

유로통화동맹의 정책운용상 제약도 부담이다. 단일통화체제인 유로존은 통화정책 결정이 유럽중앙은행에 집중되고 재정정책은 회원국 소관으로 운영된다. 국가별 경제 상황에 맞는 독자적 통화정책이 제한되고, 재정통합 부재로 재정건전화를 강조하면서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60%로, 재정적자는 GDP의 3%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팬데믹과 러-우 전쟁 대응, 그리고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재정준칙에서 일부 예외를 인정하기는 하나, 역내 국가들에 정부부채 감축, 세수확대 등 긴축재정이 요구되어 충분한 경기부양이 어려웠던 점도 경기침체 장기화에 일조했다.

유럽연합은 경기침체와 미국 권력교체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중대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여 경쟁력 강화와 구조개혁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국방, 친환경, 디지털 전환 등 당면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투자확대와 규제혁신을 촉진하고, 민간투자 활성화와 안정적 재정 확보방안도 강구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과 역내 자본이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자본시장 통합 등 단일시장 구축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의 역동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획기적 구조개혁방안도 기대해 본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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