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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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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근대 경제학을 일군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물(water)은 싸고, 쓸모없는 다이아몬드(diamond)는 비싼 현상을 의아하게 여겼다. 이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차이를 끝내 풀지 못했다. 이후 세대에서 공급량이 적은 다이아몬드가 ‘한계효용’이 높기 때문이라는 이론이 나오며 명료해졌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돌멩이 다이아몬드는 희소한 아름다움 때문에 ‘보석의 황제’이자 사치재의 상징이었다. 인간이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 ‘피의 다이아몬드’. 프리랜서 기자 그레그 캠벨의 2002년 저서 ‘Blood diamonds’ 이후 유명해진 말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30년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가치 높은 다이아몬드 광맥이 발견된 후, 반군단체(RUF)는 광산 지역 점거를 위해 수만 명의 주민에게 살인, 강간, 방화, 납치, 손목이나 발목 절단 등의 만행을 저질렀다. 현지인을 착취해 채취한 다이아몬드 원석은 영국 드비어스그룹이 독점적으로 사들여 다이아몬드 가격을 높이고 사실상 내전을 후원했다.
□ 요즘 다이아몬드는 실험실에서도 쑥쑥 자란다. 금(원소기호 Au)을 만들려면 원소 자체를 바꿔야 해서 중성자별 충돌과 같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다이아몬드 제조는 인간 능력 범위에 있다. 탄소를 고압·고온에 노출해 제조한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화학·광학적으로 100% 같다고 한다. 전문가가 봐도 구별이 힘들고, 값은 최대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다.
□ 다이아몬드 가격지수(지난달 30일 기준)는 1년 전보다 14%가량 내렸다. 금 가격이 약 20% 오른 것과 비교된다. 인간이 만들어 내는 다이아몬드가 흔한 보석이 됐기 때문에 가치가 떨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가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다르겠으나, 가난한 이도 아름답게 빛나는 돌멩이(보석)로 멋을 부려볼 수 있다면 ‘가치의 확장’이 아니겠나. ‘피’가 아닌 ‘물’에 가까운 다이아몬드의 시대를 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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