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 환자 36.8%만이 4.5시간 이내 병원 도착… 지역 간 격차도 커

입력
2024.05.3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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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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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뇌경색 환자의 병원 도착 시간이 지역 간에 여전히 뚜렷한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12~2021년 14.4만 명의 급성 뇌경색과 일과성 허혈 발작 환자 가운데 36.8%만이 골든타임(4.5시간) 내에 병원에 도착했다.

또한 병원 도착 지연 시간의 지역별 격차는 지니 계수가 0.3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높은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관찰됐다. 지니 계수(Gini coefficient)는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0은 완전 평등, 1은 완전 불평등을 의미한다.

정근화(신경과)·이응준(공공임상) 서울대병원 교수 연구팀이 2012~2021년 9개 지역 61개 병원에서 한국뇌졸중등록사업(KSR)에 등록된 급성 뇌경색 또는 일과성 허혈 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TIA) 환자 14만4,014명을 대상으로 병원 도착 지연 추세와 지역별 격차를 평가하고, 4.5시간을 초과하는 지연과 관련된 요인을 분석한 결과다.

뇌경색 치료 핵심은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4.5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의 비율은 여전히 낮고, 지역 간 큰 격차가 존재하고 있었다.

환자의 병원 도착 지연은 증상 발현 시간부터 병원 도착 시간으로 정의됐으며, 4.5시간(270분) 이내 병원에 도착한 환자 비율이 주요 지표로 사용됐다.

그 결과, 2012~2021년 병원 도착 지연의 중앙 값은 460분이었으며, 4.5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36.8%에 불과했다.

뇌경색 환자 지역별 4.5시간 이내 병원 도착 비율 . 서울대병원 제공

뇌경색 환자 지역별 4.5시간 이내 병원 도착 비율 . 서울대병원 제공

병원 도착 지연 시간은 2016년에 429분으로 가장 짧았지만 이후 소폭 늘어나 그 수준을 유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 추세에 통계적 유의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즉, 뇌경색 치료 핵심인 환자의 빠른 내원과 관련된 병원 도착 지연은 지난 10년간 개선되지 않았다.

또한 지니 계수를 사용해 지역 간 병원 전 단계 소요 시간 격차를 평가한 결과, ‘지역 간 불균형’이 0.3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유지됐다. 이는 병원 도착 지연 시간에 있어 상당한 수준의 지역 간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높은 불평등에는 응급 의료 서비스와 자원의 분포, 지역별 교통 상황, 의료 인프라 접근성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별 맞춤형 대책과 자원 배분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추가로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 분석을 진행한 결과, 병원 도착 지연에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경미한 뇌졸중 증상(1.55배), 기존 신체적 장애(1.44배), 당뇨병(1.38배), 65세 초과 고령(1.23배), 흡연(1.15배), 고혈압(1.12배), 여성(1.09배) 순으로, 이 요인들을 가진 환자들이 골든타임 내에 병원에 오지 못할 위험성이 높았다.

반면 과거 뇌졸중 또는 일과성 허혈 발작, 관상동맥 질환 병력이 있거나, 심방세동 진단을 받았거나, 외래 진료와 비교해 응급실로 내원했거나, 지역 내 인구 10만 명당 구급차 수가 많으면 4.5시간 이내 병원에 방문할 가능성이 높았다.

한편 병원 도착 지연이 4.5시간을 초과한 환자들은 기능적 독립성(수정랭킨척도 0~2)을 갖추고 퇴원할 가능성이 낮았다. 즉, 4.5시간 이내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뇌경색 입원 치료 후 퇴원 시에 독립적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뇌경색 증상 발생 후 4.5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만 시행할 수 있는 ‘정맥 내 혈전용해술(tPA)’ 치료를 받은 환자 비율은 2014년 9.2%에서 2021년 7.8%로 감소했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시간 내 병원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병원 도착 지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악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정근화 교수는 “병원 도착 지연에 지역 간 격차가 크게 존재한다는 것은 전국 어디에 거주하더라도 동일한, 높은 수준의 뇌졸중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뇌졸중 안전망’ 구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유럽뇌졸중저널(European Stroke Journal)’ 최근 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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