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요하게 고객 홀리는 ‘삼쩜삼’

입력
2024.06.02 15:00
수정
2024.06.02 16: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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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삼쩜삼

삼쩜삼


‘신규 환급금 발생 알림, 19만7,500원.’ 어지간하면 광고에 유혹되지 않는 사람도, 이런 메시지에 넘어가지 않긴 어렵다. ‘기한 내 미수령 시 돌려받기 어렵다’며 빨리 확인할 것을 연일 독촉한다. 안 하면 손해라는 생각에 클릭을 하고 살펴보니 해당 금액은 ‘내 환급금’이 아니라 ‘이용자 평균’이다. 아차 싶다. ‘내 소득정보만 업체에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겠구나.’

□ 세무∙회계 관련 핀테크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가 2020년 5월 선보인 ‘삼쩜삼’은 복잡한 세금 신고와 환급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처리해주는 플랫폼을 표방한다.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생 등 개인사업소득자로부터 원천징수하는 세율 3.3%에서 이름을 땄다고 한다. 세금신고를 혼자 하자니 어렵고, 그렇다고 세무사 도움을 얻자니 비용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입소문을 타며 급성장했다. 4년간 누적 가입자가 최근 2,000만 명을 넘어서고, 누적 환급액이 1조 원을 돌파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5월은 삼쩜삼에는 큰 대목이었다. 환급액의 최대 20%를 수수료로 받는데, 종합소득세 신고 달인 5월에 연간 매출의 90%가량이 발생한다. 대목을 놓치면 1년 장사가 물 건너가는 탓에 한 달 동안 정말 집요하게 고객을 물고 늘어진다. 예상 환급액을 조회하는 순간부터 결제가 이뤄질 때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독촉 안내를 보낸다. 정작 개인정보를 모두 주고 환급액 계산을 해보면 ‘0원’인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면 또 다른 유혹의 메시지를 보낸다. ‘가족과 묶으면 환급액이 생길 수 있으니 가족 정보를 입력하세요!’

□ 삼쩜삼은 로톡(법률) 닥터나우(병원) 등과 함께 혁신 플랫폼 스타트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세무사, 변호사, 의사 등과 갈등을 빚으며 ‘제2의 타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언론을 비롯한 여론의 큰 지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등을 돌리는 건 한순간이다. 한국세무사회는 최근 “환급 대상자도 아닌 소비자에게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오인 광고를 해 국세청 홈택스에 있는 민감한 과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했다. 예전 같았으면 세무사회가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고 눈총을 받았을 텐데, 지금은 외려 박수를 받는 분위기다. 다 삼쩜삼 하기 나름이다.

이영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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