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배후 '이팀장', 숭례문·세종대왕상 낙서도 계획

입력
2024.05.31 14:35
수정
2024.05.31 14:48

사이트 광고 단가 높이려 바이럴 마케팅
해외도피 시도, 경찰에 허위자료 제출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31일 열린 경복궁 담장 낙서훼손 사건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사이버수사과 관계자가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에서 31일 열린 경복궁 담장 낙서훼손 사건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사이버수사과 관계자가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경복궁 담장에 낙서를 하도록 미성년자들을 사주한 총책과 해당 미성년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낙서 배후인 30대는 돈을 벌기 위해 낙서를 사주했는데, 국보 1호 숭례문과 광화문 세종대왕상에도 낙서를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해외 도피를 준비하면서 경찰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거짓 증거까지 제출했다.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를 홍보하는 낙서를 남겨 훼손한 미성년자 실행범과 이를 사주한 총책 ‘이 팀장’ 등 피의자 4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사건 발생 후 5개월간 수사를 이어온 경찰은 복수의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던 ‘이 팀장’이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광고) 효과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3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난해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으로 미성년자 A(17)군에게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국립고궁박물관, 서울경찰청 담장 등 3곳에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를 남기도록 한 '이 팀장' 강모(30)씨를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강씨의 지시를 받고 낙서를 시행한 A군과 B(17)양, 중간에서 범행 대금을 전달한 조모(19)씨도 함께 송치됐고, 현재까지 관련자 8명이 검거됐다.

경찰 수사 결과, 범죄 동기는 결국 ‘돈’이었다.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지난해 3월 출소한 강씨는 그해 10월부터 총 8개의 불법 사이트를 운영했는데, 사이트 인지도를 높여 불법 도박 사이트 배너 광고 단가를 높이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고 1건당 500만~1,000만원 선으로, 강씨가 그간 사이트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약 2억5,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영화 등 저작물 2,368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3개, 불법촬영물 9개, 성착취물 930개 등을 배포 및 유통한 혐의도 받는다.

강씨는 지난해 12월 10일쯤부터 주요 문화재에 낙서할 사람을 찾기 시작했는데, A군 이전에도 다른 미성년자 C(15)군에게도 돈을 줄 테니 세종대왕상과 숭례문 등에 래커칠을 하라고 시킨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C군이 겁을 먹고 범행에 실패하자 강씨는 A군 일행과 새롭게 접촉했고, 범행 당일인 16일 이들을 차량으로 몰래 따라다니며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총책 강모씨가 텔레그램으로 접촉한 미성년자에게 '바이럴 마케팅용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며 회유하고 있다 (왼쪽 사진) 오른쪽은 대금을 전달한 중간책 조모씨가 두 개의 텔레그램 계정을 이용해 조작한 뒤 경찰에 제출한 허위 증거. 서울경찰청 제공

총책 강모씨가 텔레그램으로 접촉한 미성년자에게 '바이럴 마케팅용 낙서를 하면 돈을 주겠다'며 회유하고 있다 (왼쪽 사진) 오른쪽은 대금을 전달한 중간책 조모씨가 두 개의 텔레그램 계정을 이용해 조작한 뒤 경찰에 제출한 허위 증거.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강씨의 ‘뒷공작’은 계속 됐다. 그는 조씨가 A군으로 추정되는 텔레그램 이용자와 문화상품권 거래를 하는 듯 조작된 대화를 수사기관에 증거로 제출하게 했다. 또 본인이 ‘불법 사이트 운영으로 긴급체포 됐다’는 허위 소문을 퍼뜨려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수사망이 좁혀오자 강씨는 여권을 발급받는 등 출국을 준비했고, 전남 여수시 한 숙박업소에서 여자친구와 도피 생활을 이어오다 22일 검거됐다.

이날 송치된 네 명의 피의자 외에도 경찰은 낙서 미수범인 C군과 불법 사이트를 운영 및 관리한 박모(21)씨, 불법 사이트 운영을 방조한 이모(22)씨, 홍모(24)씨도 검거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전부 텔레그램으로 접촉해 일면식이 없는 사이로 알려졌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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