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수술 전 가상 현실(VR)로 설명하면 환자 불안 줄어

입력
2024.05.3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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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연구팀, VR 교육 플랫폼 개발

유진수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가 간암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가상 현실(VR)을 이용해 수술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유진수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가 간암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가상 현실(VR)을 이용해 수술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간암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가상 현실(VR')을 활용해 수술 과정 등을 설명하면 환자 이해를 높이고 수술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진수(이식외과) 강단비(임상역학연구센터) 삼성서울병원 교수 연구팀이 최근 국제외과학저널에 이런 내용의 논문을 공개했다.

간은 해부학적으로 복잡한 장기다. 의료진이 수술하기 전에 환자에게 설명할 때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검사 결과로 설명하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연구팀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료 교육 시뮬레이터 기업인 브이알애드(VRAD)와 함께 간암 수술의 모든 과정을 설명하는 VR 교육 플랫폼을 개발했다.

플랫폼은 실제 병원 내 교육실 모습과 동일하게 제작됐다. 의사와 환자가 함께 접속하면 교육 영상이 방영되며 교육이 시작된다.

교육은 간의 3차원(3D) 모형을 활용해 진행된다. 환자가 VR 기기를 이용해 투명도를 조절하면 복잡한 간 내부를 생생하게 들여다보면서 의료진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의료진이 간의 3D 모형을 실제 수술하듯 잘라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환자는 VR 속에서 의사가 어떤 방식으로 간암을 수술하는지 여러 각도에서 직접 볼 수 있다.

교육 영상엔 간의 역할과 간세포암이 생기는 원인, 개복과 복강경 수술의 차이, 간절제술 중 담낭 절제, 수술 후 합병증 등도 담겼다.

연구팀은 효과 검증을 위해 2022년 1월~2023년 2월 간암 수술을 앞둔 환자 88명을 모집해 한 그룹은 VR 플랫폼으로 교육하고 다른 그룹은 말로만 설명한 뒤 차이를 비교했다.

VR 플랫폼으로 교육받은 환자는 수술에 대한 지식이 수술 전 교육 받기 전보다 5.86점 증가해 17.2점으로 나타났다. 말로만 교육을 받은 그룹은 2.63점 상승해 13.42점에 그쳤다.

수술 불안 정도 차이는 더 컸다. 불안 정도 측정 검사(STAI-X-1)에서 VR 교육 그룹의 불안 점수는 4.14점 감소했지만 기존 교육 그룹은 0.84점 떨어졌다. 통계적으로 보정했더니 VR을 이용하지 않은 그룹은 VR 이용 그룹보다 수술 불안도가 2.9배 높았다.

유진수 교수는 "백 마디 말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낫고, 직접 간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며 "환자가 수술받기 전에 과도한 불안감을 줄이고, 본인 질환을 조금 더 잘 이해했으면 하는 마음에 개발했는데 효과가 좋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VR 플랫폼을 활용한 의료교육에 대해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평가다. 생태계 유지를 위해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진수 교수는 "임상적 효과를 규명한 만큼 기술 발전을 뒷받침하는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때"라며 "국산 기술로 개발한 VR 플랫폼이 확산돼야 앞으로 벌어질 세계 의료 메타버스 각축전에서 우리나라도 설 자리가 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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