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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노인류’의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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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 그 기분 좋은 성공을 나누려 씁니다. '생각을 여는 글귀'에서는 문학 기자의 마음을 울린 글귀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이제 나와 친구는 노인류이다 / 늙어서 친구를 보고 싶어 하는 나의 마음과 / 늙어서 나를 안 보고 싶어 하는 친구의 마음은 / 말할 것도 없이 지혜롭다고 자긍하고 궁상맞다고 자탄하고 간교하다고 자조하는 노인류의 특성이다”(‘노인류의 출현’)
70대에 들어선 하종오 시인은 ‘노인류’라는 제목의 시집을 발표했습니다. ‘시인의 말’을 통해 제목의 뜻에 대해 “고령 사회를 살아가는 노인의 수가 증가하는 세태에서 그 노인들만 인류로 특정화하기 위하려 만든 조어”라면서 “‘노 인류(老 人類·늙은 사람들)’와 ‘노인 류(老人 類·노인의 무리)’라는 뜻도 포함됐다”라고 설명합니다.
노인류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명명해놓고도 시집은 공통된 무엇이 아니라 개개인으로 존재하는 노인을 묘사합니다. ‘노인류의 출현’을 시작으로 이들의 식욕과 물욕, 정체성, 복장, 궁상, 노추, 교훈, 양면성, 골병, 지혜 등에 대해 쓴 50편의 시는 등단 이후 꾸준히 리얼리즘 문학을 파고든 시인의 시력만큼이나 핍진합니다.
냉장고의 냉동실이 작동되지 않으면 냉장실에 보관하는 신선식품만 사고, 텔레비전이 고장 나면 시청하지 않고, 전화기가 먹통이 되면 통화하지 않는 아내의 모습을 묘사한 시 ‘노인류의 세간살이’. 쓸쓸한 노년의 풍경이라고 속단하려는 순간 시인은 덧붙입니다. “…그녀는 담담히 빈둥거린다 / 노인류가 되면 이렇게 편리하게 지내게 되나 보다” 노인 당사자만이 가능한 통찰일 겁니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70대 이상 인구는 약 632만 명.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노인 인구가 20대 인구(약 620만 명)를 넘어섰습니다. 그런데도 노인의 삶은 여전히 사회의 주 관심사가 아니죠. 하 시인은 시집을 통해 “한국 시간에 노시인이 적지 않은데도 노인에 관한 시가 별반 없다”며 “노시인이 왜 노인을 시의 주체, 시의 주제로 시를 쓰지 않는가”를 묻습니다. “노시인들 각자의 경험과 인생을 형상화한 노인 시편을 기다린다”는 시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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