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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기지에서 OTT 본다?... 6G 넘어 7G, 8G 통신 시대 [창간기획 : 초인류테크, 삶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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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첨단 바이오 같은 신기술이 인류를 기존 한계를 넘어서는 초인류로 진화시키고 있습니다. 올해로 일흔 살이 된 한국일보는 '초인류테크'가 바꿔놓을 미래 모습을 한발 앞서 내다보는 기획시리즈를 총 6회에 걸쳐 보도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건설한 달 남극 표면 유인기지. 이곳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서 파견된 우주인들이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머물며 자원 탐사와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나사 주도의 유인 우주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가하기로 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다른 협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통신 기술을 활용, 달 기지에 우주 인터넷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달 궤도를 도는 통신위성과 지구 궤도 위 통신위성들이 연달아 위성 간 통신을 하는 시스템을 완성한 것이다.
덕분에 우주인들은 달 표면 기지에서도 끊김 없이 우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태블릿 PC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기지 본부, 지상국과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음은 물론, 퇴근한 뒤에는 숙소에서 영화를 내려받아 보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 정부와 통신 기업들은 조만간 국제사회가 화성에 탐사 기지를 건설할 때도 우주 인터넷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류를 달로 돌려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이 성공리에 마무리되고 달에 우주인이 장기간 머물 수 있는 유인기지가 마련된 2040년대를 상상한 장면이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쯤이면 지구에 거주하는 사람 거의 모두가 인터넷 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통신 영역이 우주까지 넓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른바 '우주 인터넷'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이미 2020년대 말 위성통신 기술을 활용한 6G 통신 상용화가 예상되고 있다. 7G, 8G 등 6G 이후 차세대 통신에 대한 정의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나, 지상 통신망과 우주 공간 통신망이 하나로 연결될 날은 머지않았다는 관측에는 큰 이견이 없다.
특히 주목해야 하는 기술은 레이저를 이용한 위성 간 통신(ISL·Inter Satellite Link)이다. 레이저를 활용해 위성과 위성 사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로, 여러 위성들을 군집 형태로 운용해 우주 공간에서 인터넷을 서비스하거나 지상국과 위성을 연결하기도 한다. 백용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입체통신연구소장은 "우주 공간은 구름이나 공기가 없는 진공 상태라는 점에서 빛을 이용한 레이저 통신을 하기 적합한 환경"이라면서 "빛은 전파보다 주파수가 1만 배가량 높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구와 달 사이에 데이터를 끊김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실험이 국내에서도 진행됐는데, 이를 통해 우주 인터넷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ETRI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2년 우주 인터넷 탑재체가 실려 있는 우리나라 달 탐사선 '다누리'로부터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를 수신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다누리와 지구 사이 거리는 약 128만 ㎞로, 지구와 달 사이 평균 거리(약 38만 ㎞)보다 3배나 멀리 데이터를 송신한 셈이다. 당시 다누리와 지구 사이 통신은 전파를 통해 이뤄졌지만, 위성 간 레이저 통신을 이용하면 훨씬 더 넓은 범위의 고품질 통신이 가능해진다. 백 소장은 "달에도 저궤도 위성을 여러 개 띄우고 이 위성들이 릴레이 통신을 할 수 있다면,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 뒤편으로도 데이터를 보내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는 나사도 유사한 개념의 우주 인터넷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루나넷'(LunaNet)이란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달에서 인류가 지속적으로 거주하고 달을 탐사하는 것을 전제로 한 네트워크망 구축을 의미한다. 루나넷은 문자, 음성, 영상과 같은 기본적인 데이터 통신을 가능케 할 뿐만 아니라, 지구와의 교신 없이 달 환경에서 독립적으로 위치나 날씨 정보를 수신할 수 있도록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네트워크는 달에서 활동하는 우주인이나 탐사선이 보다 더 자유롭게 넓은 범위의 탐사를 수행하는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우주 공간의 통신은 단지 달과 지구 사이를 연결하는 데 머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더 먼 심우주와 데이터를 주고받는 게 인류의 지향점이다. 실제 나사는 루나넷 외에도 레이저를 이용한 심우주 광통신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나사는 레이저 통신을 통해 3,100만 ㎞ 거리의 심우주를 항해하고 있는 탐사선 '프시케'로부터 15초 분량의 초고화질 영상을 지구로 송신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나사는 당시 실험 성공 발표와 함께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복잡한 과학 정보, 고화질 이미지와 비디오를 보낼 수 있는 더 높은 속도의 통신을 위한 길을 닦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우주항공청 출범과 함께 정부가 2045년 화성 탐사 목표를 밝히는 등 우주 진출이 가까워지고 있고, 이를 위해 더 먼 거리의 우주 통신을 구현하는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최경일 케이티샛(KT sat) 전무는 "인류 경제 활동이 우주까지 확대되려면 지상에서 이뤄지는 통신과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우주 공간에서도 가능해야 한다. 그 영역은 달이 될 수도, 우주정거장이 될 수도, 화성이 될 수도 있다"면서 "2030년대 초반부터 달에 상주가 가능할 것이라 상정해 보면, 이후 화성 통신도 멀지는 않은 얘기"라고 강조했다.
<1>반도체 생태계의 진화
<2>안 아프고 100세까지
<3>어디서나 전기 쓴다
<4>AI 대 AI, 인간 대 AI
<5>통신, 경계가 사라지다
<6·에필로그> SF 작가의 초단편 ‘서아의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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