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환자 가족 77% "집에서 돌보고 싶어"

입력
2024.05.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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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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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환자를 돌보는 사람 10명 중 7명 이상이 집에서 돌봄을 지속하길 희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선영·조비룡 교수, 소아청소년과 김민선 교수 공동 연구팀이 집에서 생활하는 루게릭병 환자를 돌보는 가족 돌봄 제공자를 대상으로 루게릭병 돌봄 실태 및 어려움을 조사한 연구 결과다.

연구팀은 진단된 지 1년 이상 경과한 루게릭병 환자의 가족 돌봄 제공자 98명을 대상으로 △돌봄 시간 △우울증 및 정서적 어려움 △돌봄 준비 수준 △돌봄 역량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 10명 중 6명은 기관절개술을 시행한 환자의 가족이었고, 환자와의 관계는 절반 이상이 배우자(60.2%), 나머지 대다수는 자녀(34.7%)였다.

조사 결과, 가족 돌봄 제공자의 돌봄 시간은 평일 13시간, 주말 15시간으로 하루 중 절반 이상을 돌봄에 사용했다. 이 중 90% 이상이 우울감을 호소했고, 10명 중 3명가량은 중증 우울증이었다.

가족 돌봄 제공자는 신체·감정·서비스·스트레스·돌봄 활동·응급상황 준비·의학적 지식 등 8개 항목으로 평가한 ‘돌봄 준비 수준(PCS)’이 32점 중 11점에 그쳐 돌봄 준비가 충분치 않았다.

선호하는 돌봄 장소 및 돌봄 장소로 집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 결과. 77.6%의 가족 돌봄 제공자가 집을 선호한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는 ‘환자 및 돌봄 제공자 모두에게 집이 편안해서,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병원 서비스가 불충분해’, ‘가족이므로 같이 지내고 싶어서’ 순서로 많았음. 서울대병원 제공

선호하는 돌봄 장소 및 돌봄 장소로 집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 결과. 77.6%의 가족 돌봄 제공자가 집을 선호한다고 응답했으며, 그 이유는 ‘환자 및 돌봄 제공자 모두에게 집이 편안해서,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병원 서비스가 불충분해’, ‘가족이므로 같이 지내고 싶어서’ 순서로 많았음. 서울대병원 제공

또한 어려운 상황·인식·자기 능력·자신감 4개 항목으로 평가한 ‘돌봄 역량(CCS)’은 16점 중 8점에 그쳐 돌봄 역량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가족 돌봄 제공자 10명 중 7명 이상(77.6%)은 요양병원이 아닌 집에서 환자를 계속 돌보기를 희망했다.

집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로는 ‘환자 및 돌봄 제공자 모두에게 집이 편안해서,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병원 서비스가 불충분해서’, ‘가족이므로 같이 지내고 싶어서’ 순서로 많았다.

또한, 가족 돌봄 제공자들은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 전문 의료인이 직접 방문해 진료·간호 등을 제공하는 ‘재택 의료’에 대한 수요도 높았다. 조사 대상 90% 이상이 재택 의료가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구체적인 서비스 요구 사항으로는 ‘24시간 운영’ ‘루게릭병에 대한 전문성’ ‘원활한 의사소통’ 등이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집에서 지내는 루게릭병 환자와 지속적인 가정 돌봄을 희망하지만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그 가족들을 위해 돌봄 제공자 교육, 가정 방문 의료서비스 등 재택 의료 확대와 단기 돌봄 서비스 등 새로운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선영 교수(제1저자)는 “집에서 지내길 희망하는 중증 질환자와 가족 삶의 질을 높이고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택 의료 서비스 등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크다”며 “이번 연구에 참여한 루게릭병 환자들의 가족 돌봄 제공자들과 연구 진행에 도움을 주신 한국루게릭병협회 회원들께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근육과 신경(Muscle & Nerve)’ 최신 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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