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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간암 3기라도 중입자 치료 시행

입력
2024.05.28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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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암병원, 두경부암 등은 하반기 적용 확대키로

연세의려원 중입자치료센터 지하 4층에 설치된 중입자치료기 모습. 연세의료원 제공

연세의려원 중입자치료센터 지하 4층에 설치된 중입자치료기 모습. 연세의료원 제공

난치암인 췌장암·간암 환자에게도 중입자 치료가 시작됐다. 연세암병원은 28일 췌장암 3기 환자 김모(47)씨를 대상으로 회전형 중입자 치료기 가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치료는 주 4회씩 총 12회로 3주간 진행된다.

김씨는 2021년 췌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수술이 불가한 상태로 연세암병원에서 항암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진단 당시 종양이 복부 혈관을 둘러싸고 있어 24차례 항암 약물 치료를 시행했으나 암이 더 진행됐다. 이어 스텐트를 삽입해 황달 증상을 조절한 뒤 약제를 바꿔 항암 약물 치료를 지속하던 중 중입자 치료를 결정했다.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본 방사선의학 종합연구소(QST)에 따르면 병기가 진행돼 수술이 불가한 췌장암 환자의 경우 항암제와 중입자 치료를 병행했을 때 2년 국소 제어율이 80%까지 향상됐다는 결과가 있다.

국소 제어율은 치료받은 부위에서 암이 재발하지 않는 확률로 특정 부위(국소)를 목표로 타깃하는 중입자 치료에 있어 치료 성적을 알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중입자 치료 후 5년 생존율은 56%로, 우수한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

간암 3기 진단을 받은 이모씨(73·여)도 같은 날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총 4회 조사를 받는 이씨의 치료는 1주일 만에 끝난다.

2022년 간암 3기 판정을 받은 이씨는 수술을 받았지만 2023년 재발했다. 이후 수술을 한 번 더하고 항암 치료를 진행했지만 2024년 재발했다는 소견을 듣고 면역 항암제를 복용하던 중 중입자 치료를 받기 위해 연세암병원을 찾았다.

간암은 방사선 치료가 까다롭다. 신경세포가 적은 탓에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해 발견이 늦어 애초에 병기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는 데다 간경화 등으로 간 기능이 저하돼 방사선으로 인한 간 독성 위험이 크다.

중입자 치료는 정상 세포는 피하고 암세포에만 고선량 방사선을 목표에 집중적으로 쬐는 것을 특성으로 부작용은 줄이되 치료 효과는 높일 수 있다.

일본 군마대병원에서 중입자 치료를 받은 간암 환자의 2년 국소 제어율은 92.3%에 달했다. QST의 임상 연구에서는 5년 국소 제어율 81%를 기록했다. 특히 종양의 크기가 4cm 이상으로 큰 경우에도 2년 국소 제어율이 86.7%였고, 2년 생존율은 68.3%로 높았다.

중입자 치료는 필요 시 항암 치료 등 기존 치료와 함께 사용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췌장암·간암처럼 발견이 늦어 병기가 진행된 채로 진단돼 수술이 어려우면 환자 상태에 따라 항암 치료 등으로 암 크기를 줄인 뒤 중입자 치료를 이어가는 형식이다.

연세암병원은 고정형 치료기 1대와 회전형 치료기 2대를 보유하고 있다. 치료기는 탄소 입자의 조사 각도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수평으로 고정된 각도에서 조사하는 고정형 치료기는 좌측과 우측에서 입자선을 조사하기에 적절한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한다.

장기가 호흡과 중력에 따라 움직이고 주변에 다른 장기가 있어 다양한 각도로 조사해야 하는 췌장암, 간암, 폐암 등에는 회전형 치료기를 사용한다.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회전형 치료기는 치료기 안에 환자가 누우면 가장 적합한 각도로 치료기가 회전해 설계된 치료 계획에 따라 암세포를 타격한다. 360도 어느 각도에서도 조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해부학적 위치에 맞게 정상 장기에 대한 보호와 종양에 대한 치료 정확도를 최대화할 수 있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췌장암과 간암은 주변에 정상 장기가 많고 발견이 늦을 때가 많아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중입자 치료는 이때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기존의 항암 치료와 새로운 중입자 치료 조화를 잘 이뤄서 최고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연세암병원은 향후 폐암 치료에도 중입자 치료를 시도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두경부암 등으로 중입자 치료 암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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