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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중’이냐 ‘한중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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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정부는 이번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3국 정상회의의 공식명을 ‘한일중 정상회의’로 칭했다. 영어로도 ‘Korea-Japan-China’의 순서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한중일’이 입에 붙어서인지 ‘한일중’이 영 어색하다는 반응이 많다. 정치권이나 각 언론에서도 한일중과 한중일이 그 어느 때보다 어지럽게 뒤섞여 쓰이고 있다. 정부는 차기 회의 개최국이 일본이라 ‘암묵적 원칙’대로 우리나라 다음에 쓴 것일 뿐이라는 건데, 분분한 해석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 뒷공론이 끊이지 않는 건 정부 설명조차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순서를 개최국-차기 개최국으로 하는 게 원칙이고 기본 순서가 한-일-중이라면, 일본에서 개최할 땐 ‘일중한’이고 중국에서 개최할 땐 ‘중한일’이 돼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중국에서는 개최국 순서와 관계없이 줄곧 ‘중일한’으로 칭하는 등 원칙과 따로 갔다. 더욱이 보통 때 각국의 3국 지칭 순서는 매우 임의적이어서 중국에선 과거 일본과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갈등이 심할 땐 ‘중한일’을 더 많이 썼다.
▦ 원칙이 흐릿하고 임의성이 크다 보니, 이번 한일중 순서도 윤석열 정부 들어 중국과 일본에 대한 외교적 입장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 근거로 지난해 윤 대통령이 “외교노선의 모호성은 가치와 철학의 부재를 뜻한다”는 말을 하고, 9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른 시일 내에 한일중 정상회의 재개를 위해 일본·중국과 긴밀히 소통해 가겠다"며 중국보다 일본을 앞세운 걸 거론하기도 한다.
▦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고작 외교적 입장을 천명하기 위해 한일중을 고집했다기보단, 흐릿하나마 개최국 순서 원칙을 따랐다는 설명을 믿고 싶다. 명칭의 국가 순서에 힘을 줘봤자 정상회의나 3국 협력에 하등 도움 될 게 없기 때문이다. 정작 이번 회의에서 새삼 느낀 비(非)원칙이랄까, 더 큰 문제점은 다른 데 있다. 3국 정상회의 출범 때부터의 관행이라곤 해도, 3국 정상 간 국가적 위상의 불균형이다. 3국 협력이 절실하다면 중국도 앞으론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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