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공중 폭발에 무너진 '김정은과 푸틴'..."재발사? 당분간 어려울 듯"

입력
2024.05.28 19: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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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위성 실패 발표하면서 재발사 언급 안 해
러시아 설득·기술 지원 흔적…"평화적 이용" 명분
북한의 러시아 기술 의존도 높아질 수도

28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27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만리경1-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에 탑재해 발사했으나 신형 위성운반 로켓 1단이 비행 중 공중에서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

28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27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만리경1-1호'를 신형 위성운반로켓에 탑재해 발사했으나 신형 위성운반 로켓 1단이 비행 중 공중에서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

27일 실패로 돌아간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1호'와 신형운반로켓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두에 상처로 남게 됐다. '우주 강국'의 꿈을 위성에 담아 쏘아 올린 북한은 물론 기술 지원을 한 '기술 강국' 러시아도 위성의 공중 폭발로 망신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업용 엔진체계를 새롭게 도입,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무력화에 나섰지만 이 역시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갔다.

북한, 6개월 사이 새로운 엔진 개발?…"러시아 전폭 지원"

북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 송정근 기자

북한 군사정찰위성 2호기 발사 실패. 송정근 기자

이번에 북한이 쏘아 올린 2호 군사정찰위성에는 북러 밀착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러시아의 기술 이전이 이뤄졌고, 특히나 이번 위성 발사 직전 대거 북한으로 들어간 러시아 기술진의 흔적까지 포착되면서, 사실상 '북러 합작품'이라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였다. 여기에 당초 예상됐던 '4월 중'에 비해 한 달간 늦춰진 발사 시점도 러시아 기술진 도움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 결과가 신형로켓에 사용된 '액체 산소+석유발동기(엔진)'였다. 러시아 같은 선진국들이 주요 사용하는 상업용 위성발사 엔진체계가 새롭게 사용된 것. 이는 '평화적 이용'에 한해 우주기술을 지원한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감안한 것이자, 이를 통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한 선택이기도 했다. '정상 국가의 우주 개발'로 포장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채 2분밖에 날지 못한 위성의 실패로 이 같은 양측 협력과 의도는 무색하게 됐다. 북한 스스로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에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이라고 밝혔듯이 '새 합작품'에 생긴 문제가 실패로 직결됐기 때문이다.

정경운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만리경1호' 발사 이후 6개월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 안에 북한이 새 연료체계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용수 국방대학교 명예교수 역시 "북한이 액체산소·등유 조합방식의 엔진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러시아의 강력한 제안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충분한 신뢰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발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시각물_북한 군사정찰위성 1호·2호 발사 시간대별 상황. 김대훈 기자

시각물_북한 군사정찰위성 1호·2호 발사 시간대별 상황. 김대훈 기자


재발사 예고 안 한 북한…합참 "상당 시간 걸릴 듯"

이번 위성의 발사 실패로 "올해 안 위성 3기를 쏘겠다"던 김정은 위원장의 목표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합참 관계자는 "작년에 실패했을 때와 달리 추가 발사계획을 공언하지 않았고, (이번 실패 원인에 대해) 초보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스스로 밝혔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했을 당시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또는 "오는 10월"이라며 구체적인 시점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 발표문에는 재발사 예고가 없었다.

여기에 통상적으로 1단 엔진 기술 보강에 최소 3~6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위성 발사가 올해 안으로 1기 정도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때문에) 러시아 기술지원이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두진호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는 북한과의 우주협력을 지속할 명분을 쌓고, 자국에 대한 북한의 기술의존도를 높여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액체산소·케로신 조합 엔진 자체를 여러 대 지원받았다면 예상보다 빠른 시일 내 재발사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정 연구위원은 "러시아가 한국 나로호 개발 때처럼 엔진을 지원해줬고, 북한이 올해 위성 3개를 더 발사한다고 예고해온 만큼 (실패 분석 및 발사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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