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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야후 파동' 노심초사 재일 기업인, 한일 봉합에도 "제2의 노재팬 오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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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노재팬(No Japan·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 때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겠죠."
최근 불거진 일본 총무성의 라인야후 행정지도 사태로 일본 내 한국 기업인들의 걱정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라인야후가 7월 총무성에 제출할 보고서에 자본 관계 재검토 내용이 안 들어간다"는 한국 대통령실 발언과 2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원만한 관리'가 약속되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물론 7월 보고서 제출 이후 갈등이 터질 경우 '제2의 노재팬 사태'로 번져 일본에서 기업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한 한국 기업 관계자는 27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전날 한일 정상회담을 보니 네이버 사태가 일단락될 것 같다"며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실이 '양국 간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게 잘 관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며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이번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 보라는 요구 사항"이라고 화답했다.
앞서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사이버 공격을 받아 라인야후에서 약 52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라인야후에 두 차례의 행정지도에 나섰다. 특히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라는 일본 정부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자본 관계 재검토' 내용이 들어가면서 한일 갈등이 고조됐다.
한국 기업인들은 양국 정상이 '외교적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자'고 공감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대기업 도쿄지사 관계자는 "기업인들은 이번 일이 한일 간 외교적 사안으로 번질까 우려했는데 다행히 잘 관리하기로 한 것 아니냐"며 "상대국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이 외교 문제 비화를 걱정하는 이유는 '2019년 노재팬 사태' 악몽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당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한국 수출 규제 등 경제 보복 조치에 나섰다. 한국에서는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반발하며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인 노재팬 운동이 일었다. 한국에서 반일 감정이 확산하자 일본에서는 혐한 정서가 커지면서 양국 국민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한 기업 컨설팅 업체 대표는 "노재팬 때는 불매 운동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컸다"며 "상대국 기업에 투자하거나 협력 업체가 됐다는 소문이 날까 투자나 계약을 조심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번 봉합에도 불구하고 한국 기업인들의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야후 대주주 자격 관련 행정지도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7월 이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장관은 지난 14일 "라인야후 보고서를 잘 확인하겠다"고 했다.
한국 스타트업계 일각에서는 일본이 지분 조정이라는 초법적 행정력을 발동한 만큼 한국 기업에 대한 개입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일본에 진출한 한 한국 스타트업 관계자는 "지금은 회사를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 문제가 없겠지만, 특히 정보기술(IT) 업체가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상장 시 특정 조건을 요구하거나 문제 삼아 절차를 지연시킬 수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개인정보나 민감한 정보들을 철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심승규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는 "(기시다 총리가) '행정지도 철회' 같은 발언 대신 외교 문제로 확산하지 않게 일시적 봉합을 한 만큼 향후 한일 경제계 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대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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