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대학 26곳이 2025학년도 의대 정원 3,111명 중 1,900여 명을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선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뽑은 지역인재(1,071명)의 두 배에 가깝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서 40%(강원∙제주는 20%)이던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6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 자란 학생들이 그 지역에 정착하도록 유도해 지역의료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응급실 뺑뺑이가 흔한 일이 될 정도로 지역 의료공백이 날로 심해지는 상황에서 꼭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입시 업계에서는 자녀를 의대에 쉽게 보내기 위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사하는 이른바 ‘지방 유학’이 성행할 거란 관측을 내놓는다. 너도나도 의대 진학에 목을 매는 와중에 해당 지역 수험생에게 크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으니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재는 해당 지역 고등학교를 다닌 학생만 지역인재전형으로 지원할 수 있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중학교부터 6년을 그 지역에서 다녀야 하도록 조건을 강화했다. 초등학생 때 비수도권으로 이주하는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데, 벌써 일부 시도교육청에는 관련 상담 전화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해당 지역 의료인으로 정착을 해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이들의 선의에만 기댈 수는 없다.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은 “지금도 지방 유학을 와서 졸업 후 어떻게든 인프라가 좋은 서울로 다시 돌아가려는 학생들이 상당수이지만 잡을 방법이 없다”고 언론에 토로했다. 이대로라면 지역인재전형은 늘리면 늘릴수록 수도권 유턴을 염두에 둔 수험생들의 의대 진학 도구로만 활용될 공산이 크다.
단물만 쏙 빼먹도록 하지 않으려면 졸업 후 일정 기간 해당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토록 하는 일본의 지역의사제 같은 실효성 있는 제도가 병행돼야 한다. 일반전형보다 쉽게 의대 입학 관문을 통과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면, 그에 따른 의무도 부담시키는 것이 옳지 않은가. 국가가 장학금 지원 등을 한다면 직업 선택의 자유 침범 등의 논란도 비껴갈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인재전형만 늘려도 지역의료 공백이 해소될 거라는 헛된 기대는 않길 바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