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브라만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할까?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미래 발목 잡을 양극화 심화
25만 원 민생지원금에 반대가 큰 이유
빈곤층에 대한 선별·근본적 지원 필요
국민들의 평균적인 가계부에 해당하는 가계동향조사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난주 발표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는 이전 조사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우리가 얼마나 심각한 양극화 사회에서 살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득 하위 20% 계층(이하 하위그룹)은 월간 116만 원을 벌고, 보조금 등 이전 소득을 합해서 151만 원을 지출했다. 이 중 식료, 의료, 주거, 연료비, 보건, 교통, 통신비 등 생계를 위한 필수 소비로 전체 지출의 70%인 100만 원을 사용했다. 오락∙문화 생활에는 약 7만 원, 계층이동 사다리인 교육에는 불과 2만 원만 지출했다. 더군다나 하위그룹 가구의 60%가 적자 가구였다.
반면 소득 상위 20% 계층(이하 상위그룹)은 1,126만 원을 벌어 식료 주거 등 필수 생계비로 약 290만 원을 지출했다. 반면 오락∙문화에는 42만 원, 교육에는 62만 원이나 사용하고 외식, 여행이 포함된 음식∙숙박에도 76만 원을 지출했다. 필수 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삶의 질을 높이는 소비 비중은 여타 그룹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상위그룹의 평균 연령은 49세, 가족 구성원은 3.2명이다. 반면 하위그룹의 평균 연령은 62.6세이고 가족 구성원은 1.4명에 불과하다. 하위그룹은 제대로 가족을 구성하지 못한 상황이고, 특히 고령자 비중이 매우 높다. 오락이나 교육은 엄두도 못 내고 부채만 쌓여가고 있다. 통계로만 보면 오직 생존만이 유일한 삶의 목적이지 않을까? 단란한 가정을 꾸미고 자아실현을 꿈꾸는 상위그룹과 비교가 안 된다. 자칭 타칭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한국의 상반된 실상이다.
이런 극단적 양극화 현상은 관련 통계가 비교 가능한 형태로 집계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거의 변화가 없었다. 2013년 1분기 하위 그룹의 월평균 소득은 72만 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116만 원으로 11년간 43만 원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상위그룹은 782만 원에서 1,126만 원으로 343만 원이 늘어났다.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위그룹은 하위그룹 대비 약 10배 정도 더 벌고 있다.
여러 다른 통계까지 감안해서 보면 이런 양극화 현상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착화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가계동향조사로만 한정해도 지난 10여 년간 하위그룹의 삶이 매우 비참했을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건강은 악화되었을 것이고, 자녀들은 교육 부족으로 다시 부모와 같은 하위계층으로 전락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
20년 이상 누적된 양극화는 우리가 미래로 가는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하다. 사회가 유동화되면서 정치적 불안정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파이' 쟁탈전이 전방위로 벌어지면서 하위그룹의 내수 부족으로 경제는 오직 대기업의 수출에만 의존할지 모른다.
이번 가계동향조사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동안 많은 경고가 있었다. 구체적 숫자로 매 분기 발표되고 있지만 사회의 각성은 전혀 없다. 애써 모른 척 외면한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양극화가 누적되면 우리나라는 몇몇 대기업 종사자와 상위그룹 중심으로 신분이 세습되는 브라만 자본주의 국가가 될지 모른다.
최근 25만 원 민생지원금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반대가 약간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그동안의 여론조사와는 다소 결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일회적인 지원보다는 하위그룹에 대한 선별지원, 20여 년 이어진 양극화를 치유할 근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곧 출발하는 22대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유원지의 ‘두더지 게임’식 임기응변 정책이 아니다. 양극화에 대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복합 처방을 마련하는 것이다. 바로 22대 국회의 시대적 책무인 것이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