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하마스 리더십과 이란-하마스 관계

입력
2024.05.28 04:30
27면

중동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앞줄 오른쪽 세 번째)가 22일 이란 테헤란에서 진행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테헤란=UPI 연합뉴스

하마스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앞줄 오른쪽 세 번째)가 22일 이란 테헤란에서 진행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다. 테헤란=UPI 연합뉴스

헬기 추락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장례식이 22일 테헤란에서 열렸다. 각국 지도자들이 추모를 위해 테헤란을 방문했는데,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은 하마스의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였다. 전쟁 중 하마스 최고 지도자가 이란을 방문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니야가 2019년부터 카타르에 거주해 왔기 때문이다.

하니야의 사례처럼 하마스 지도부는 가자지구 출신 내부 권력과 해외 거주 외부 권력으로 나눌 수 있다. 하니야는 추도사에서 라이시 대통령의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헌신을 높이 평가하며 이란과 하마스 간의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이란은 시아파, 하마스는 수니파로 양측의 협력 기반은 종교보다는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의 통제권을 갖게 되자 이란은 가자지구가 대이스라엘 무장 투쟁의 거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려왔다.

이란-하마스 관계가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아랍의 봄, 특히 시리아 내전은 미묘한 갈등을 초래했다. 하마스의 대표적 동맹국은 이란과 카타르인데, 시리아 내전 기간 이란이 아사드 정권을, 카타르는 반군을 지원했다. 당연히 하마스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당시 하마스 지도자였던 칼레드 마샬은 고민 끝에 카타르의 편을 들었고, 2012년 시리아를 떠나 지금까지 카타르에 머무르고 있다.

이란과 하마스가 갈등 관계를 온전히 해소하고 협력을 강화하게 된 계기는 2017년 5월 이뤄진 하마스의 리더십 교체다. 당시 하마스는 하니야와 야히야 신와르로 권력 교체를 이뤘다. 하니야는 마샬을 이어 하마스의 새로운 정치지도자가 됐는데, 이는 하마스 권력이 시리아, 카타르 등 해외 체류 지도자들로부터 가자지구 출신 지도자들로 교체됐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변화였다.

마샬은 시리아, 카타르 등지로 거처를 옮기며 가자지구 밖에서 하마스를 통치해 온 외부 권력을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반면 가자지구 태생의 하니야와 신와르는 정치 인생 대부분을 가자지구에서 보낸 내부 권력을 상징하는 지도자들이다.

2017년 가자지구 출신 지도부의 등장은 하마스와 이란의 관계를 더욱 가까워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새 지도부가 이스라엘에 대해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면서 현재 가자 전쟁 발발의 직간접적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마스 내부와 외부 권력 간의 미묘한 경쟁 구도 속에서 하마스 리더십 변화의 다양한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강석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