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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와 에스파의 '마법 세계관'이여, K팝을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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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여성 아이돌들이 마법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시작은 그룹 아이브다. 지난 4월 낸 새 앨범 '아이브 스위치'에서 마술봉을 든 멤버들의 모습이 주요 콘셉트 사진으로 공개됐다. 당장이라도 사진을 뚫고 나와 주문을 외치며 지구에 위협을 가하는 악의 무리를 물리치기 위해 달려갈 것만 같은 기세였다. 마법 콘셉트는 타이틀곡 '아센디오' 뮤직비디오에 도드라지게 담겼다. 아이브 멤버들은 특별한 힘을 가진 마술봉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한 '적'과 싸운다. 아이브가 데뷔 이후 줄곧 추구한 음악적 주제인 '나'를 마법적 소재로 또 한 번 강조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에스파는 신곡 '슈퍼노바'에서 아이브와 사뭇 다른 SF(공상과학)적 마법을 선보였다. '슈퍼노바' 뮤직비디오는 멤버 카리나가 하늘에서 추락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동차 한 대를 박살 낼 정도로 내동댕이쳐진 카리나는 단꿈이라도 꾼 것처럼 상큼하게 살아나 반짝 눈을 뜨며 노래를 부른다. 멤버들은 보유한 능력을 이용해 하늘을 날고(윈터), 시간을 돌리고(지젤), 불을 붙인다(닝닝). 뮤직비디오 후반에 멤버들의 인공지능(AI) 립싱크 장면까지 담아 지금 K팝의 고민을 묘하게 교차시킨 연출이 돋보였다.
마법이 불러일으키는 꿈과 환상은 K팝 아이돌 문화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다. 현실과 환상의 미묘한 경계에 선 아이돌은 어제는 '요정', 오늘은 '천사'가 돼 팬들의 마음을 훔쳤다. 아이돌그룹의 숫자가 많아지며 꿈과 환상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마법진을 그려 새로운 멤버를 호출하거나(우주소녀 '비밀이야') 숲과 땅, 바다와 호흡하며 자연을 품었다(유아 '숲의 아이'). 파워레인저가 돼 우주를 구하러 가기도(엑소 '파워') 했다.
웬만한 영화 몇 편 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스케일로 구현돼 온 K팝의 마법 세계관에서 아이브와 에스파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들이 음악을 통해 부리는 마법이 두 그룹이 지닌 개성 및 콘셉트와 시너지를 내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이브는 '아센디오' 뮤직비디오의 상상력을 '흑화 아이브'와 '백화 아이브'의 대결로 구현해 채도 낮은 음악의 매력을 살렸다. 안유진, 가을 등 차가운 매력을 가진 멤버들의 캐릭터를 극대화하며 개성도 부각했다. 에스파는 '마법'을 그룹 특유의 '쇠맛'을 달구는 재료로 썼다. 묵직한 비트를 기반으로 한 음악에 AI, 광야 등 가상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강렬한 이미지는 노래 '넥스트 레벨'과 '스파이시'를 거쳐 '슈퍼노바'로 완성됐다.
일상을 벗어나 마법이 지배하는 K팝 세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 이미 지난해 뉴진스는 미국 유명 애니메이션 시리즈 '파워 퍼프 걸'과 협업한 '뉴 진스' 뮤직비디오를 공개했고, 블랙핑크 멤버 제니는 일본 인기 만화 '세일러문'의 작가 다케우치 나오코와 손잡고 '유 앤 미' 비주얼 작업을 했다. 또 다른 맥락에서 마법은 요즘 K팝 팬덤에도 반가울지 모르겠다. 격화하는 하이브·어도어 갈등, 실력 논란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흔들리는 K팝을 누가 좀 구해줬으면 하는 시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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